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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부모'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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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부모'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폭력

입력
2006.07.11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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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운 아이가 또 성적 때문에 투신을 했다. “엄마, 형에게는 잘해주세요”라는 말을 남겨놓고. 아이는 겨우 초등학교를 갓 졸업하고 중학교 생활을 시작한 나이였다. 그 엄마는 앞으로 남은 생을 어찌 살 것인가.

아이가 죽음을 택하기까지 겪었을 마음의 고통을 생각해보면 참으로 마음이 아프다. 이렇게 성적 때문에, 혹은 왕따 문제로 죽음을 택하는 아이들 소식을 접할 때마다 교육자로서 죄책감과 무력감을 느끼게 된다. 이 처연한 우리의 교육 현실을 어찌할 것인가.

● 안타까운 한 중학생의 죽음

이 세상에 경쟁이란 것이 존재하는 한, 일등을 하기 위한 경주는 피할 수 없는 일이다. 더욱이 오늘날처럼 일등 아니면 죽게 되는 산업 경향 하에서 일등 강박증은 곧잘 자살 충동을 불러일으킨다. 2등만 되어도 ‘나 같은 인간은 죽어도 싸지’라는 열등감에 시달리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행복해지기 위해서, 그리고 잘 살기 위해서 오늘도 앞뒤를 보지 않고 달려간다. 아이들 교육을 위해서라면 물불 가리지 않고 비싼 학원비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러나 정작 부모들이 받아야 할 교육, 선생님들이 받아야 할 교육, 아이들이 배워야 하는 행복한 삶의 기술에는 매우 둔감하다.

어느 부모인들 자신의 아이가 일등이 되는 일을 꿈꾸지 아니하겠는가. 그러나 현실에서는 꼴등이 있어야 일등도 가능하고 그 꼴등이 내 아이일 수도 있다. 그것이 우리가 사는 현실이다. 아이에게 일등을 하라고 몰아대는 부모들 자신도 대개는 일등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자신도 못한 일을 왜 아이들에게 요구하는가?

학교 현장에서 일하다 보면 성적 강박증이 어떤 결과들을 가져오는지를 잘 볼 수 있다. 겉으로는 모범생이어도 그 속은 매우 황폐하고, 때로는 정서 불안과 우울증적 증상에 시달리는 경우들을 자주 본다.

너무도 우수한 학생인데, 자신은 항상 무언가 부족하다고 생각하며 주눅들어 있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심리는 발전을 위한 원동력이 될 수도 있겠으나 대개는 자신에게 매우 파괴적이며 남에게도 매우 편협하고 인색한 태도로 나타난다.

남이 원하는 대로 살다보니 정작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모르게 되고 성적이나 시험 합격과 같은 명백한 가시적 목표가 아니면 삶의 목표도 정할 수 없게 되어버린 기형적 인간들이 우리 사회를 가득 메우고 있는 것이다.

물건들은 인간의 목적에 봉사하는 효용을 갖는다. 그러나 인간의 삶은 다른 목적에 봉사하는 수단적 효능을 갖지 않는다. 어떤 성취를 위해 우리는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이 하늘 아래 모두 평등한 가치를 지닌 생명들이며 그 자체로 삶을 누릴 권리를 갖는다.

아이들을 지금처럼 가혹하게 몰아대는 사회는 아이들을 학대하는 사회이다. 어른들은 엄청난 폭력을 행사하고 있으면서도 그런 줄 모르고 지낸다. 아이들은 어른의 제도화되고 합법화된 논리에 대적할 수 있는 자신의 언어를 갖고 있지 않으며, 그런 한 아이들은 침묵을 강요당하는 피해자들로 남아있을 수밖에 없다.

● 교육을 아이들의 눈으로 보자

우리는 이제 폭력을 가해자 관점에서 볼 것이 아니라 피해자 관점에서 볼 수 있어야 한다. 꾸지람을 “아들이 그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일 줄 몰랐다”는 엄마의 말은 폭력이 폭력인 줄도 모르고 행사되는 우리의 아픈 현실을 반영한다.

아픔은 폭력을 행사하는 사람이 아니라 폭력을 당하는 사람이 느끼는 것이다. 이제, 교육을 제발 아이들의 관점에서도 좀 보도록 하자. 그 아이들도 나이에 따라 나름의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는 엄연한 인격자들이다.

김혜숙ㆍ이화여대 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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