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사라지고 있다.
늦은 밤 귀가길 대학생과 회사원, “친구집에 놀다 오겠다”던 여중생, 볼일 때문에 외출한 보험설계사 아줌마까지 감쪽같이 사라졌다. ‘도대체 어디로 갔을까?’ 노심초사 기다리는 가족은 속이 타 들어간다.
닷새 열흘 한달…. 경찰의 수사는 미진하고 발을 동동 굴러봐도 소용없다.
■ 살아 돌아올 수만 있다면
잇단 실종사건 때문에 전국이 떨고 있다. 최근 2개월 새 발생한 주요 실종사건만 7건이다. 이중 3건은 경찰의 공개수사에도 불구하고 모두 1개월 넘게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경찰은 단서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나머지 4건의 실종자는 모두 숨진 채 발견됐다. 부산대생 실종사건은 의혹을 남긴 채 일단 추락사로 추정되고 있다. 하지만 5~7월 경기 안양시와 군포시 일대에서 실종된 20대 여성 3명은 모두 흉악한 범죄의 희생자(6일 A10면 보도)로 밝혀져 충격을 줬다. “실종자는 죽은 뒤에야 찾을 수 있다”는 흉흉한 말이 떠돌 정도다. 또 4건 모두 깊은 밤 집에 가는 도중 발생한 사건이라 귀가길이 결코 안전하지 않다는 사실을 드러냈다.
미해결로 남은 3건은 귀가 도중 우발적으로 발생한 4건과는 성격이 다르다. 5월 13일 경남 양산의 여중생 실종사건은 이은영(13), 박동은(11)양이 “친구집에 놀러 간다”고 나간 뒤 소식이 끊겼고, 김해 보험설계사 실종사건 역시 “고객을 만나러 간다”며 집을 나섰다. 전주 여대생 실종사건은 자신의 원룸에 도착한 다음의 행적을 알 수 없는 상태다.
시간이 흐를수록 가족들의 초조감은 더해 간다. 6일 기준으로 보험설계사는 26일, 전주 여대생은 30일, 양산 여중생은 54일째 실종 상태다. 가족들은 “‘이미 숨졌다’는 등 해괴한 소문에 시달리고 있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 경찰은 왜 못 찾나
딸과 엄마, 아내의 생사를 알길 없는 가족의 원망은 결국 수사 주체인 경찰에게 쏠릴 수밖에 없다. 가족들은 한결같이 초동수사의 문제점과 경찰의 무성의를 질타한다.
경찰은 실종 접수를 받으면 24시간 안에 합심을 하는 등 단계별로 처리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합심은 실종사건이 범죄와 연관성이 있는지를 가리는 절차로 가족과 시민단체, 경찰관계자 등이 참석한다. 범죄와 연관성이 있으면 ‘행방불명’으로 보고 수사에 나서고, 연관성이 없으면 ‘단순가출’로 보고 182센터에 신원만 등록한다.
경찰청은 “7건 모두 행방불명으로 보고 수사를 벌이고 있었다”며 “그러나 최근엔 단순가출로 했다가 책임질 일이 생길까 봐 대부분 행방불명으로 보기 때문에 행방불명의 60%가 귀가하고, 20%가 가족에게 연락을 한다”고 밝혔다. 실제 지난해 10월 실종된 걸로 보도된 인천 계양구의 여대생은 6일 귀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보완책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경찰 관계자는 “인력부족과 절차 때문에 오해가 생길 수 있어서 가족 입장에서 생각하는 실종사건 관리 매뉴얼을 만들 때가 됐다”고 말했다.
고찬유 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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