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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면서] 제주가 세계적 명소 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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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면서] 제주가 세계적 명소 되려면

입력
2006.07.11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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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의 특별자치 시대가 열린데 대해 도민들에게 "폭삭 속았수다"(수고하셨습니다)라고 말하고 싶다. 제주에 본토와 다른 제도를 적용해 색다른 산업, 사회, 문화를 만드는 것이 멋진 발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관련 뉴스를 보다 보면 제주를 홍콩과 싱가포르를 합쳐놓은 이른바 '홍카포르'로 만든다는 계획에는 의문이 든다.

● 특별자치도 시대를 축하하며

홍콩과 싱가포르는 자신들만의 독특한 이미지가 있다. 홍콩이 격투기, 도박 그리고 비취 산업으로 유명하다면, 싱가포르는 엄격한 질서라든지 외국인이 편하게 살 수 있는 곳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물론 제주가 홍콩의 심각한 공해나 어지간한 범죄에도 사형을 구형하는 싱가포르를 닮지는 않았으면 한다. 오히려 나는 제주특별자치도가 닮아야 할 모델은 포르투갈의 마데이라 섬이라고 생각한다. 마데이라는 홍콩이나 싱가포르만큼 세계인들에게 잘 알려져 있으면서도, 제주처럼 천혜의 자연환경을 가진 곳이다.

제주는 홍콩이나 싱가포르처럼 사람들로 붐비지 않는데다, 분위기나 문화도 흥미로워 세계적 명소가 될 가능성이 있다. 애니메이션 '원령공주'에 나오는 요정 같은 모습의 돌하루방들이나 도심을 조금만 벗어나면 펼쳐지는 대자연, 특히 곳곳에서 마주치는 폭포들은 무척 매력적이다. 무리한 개발보다는 이 같은 특색을 잘 살리면 외국인들에게 충분히 어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세계적 명소가 되기엔 아직 문제점도 남아있는데 가장 큰 문제는 언어다. 홍콩이나 싱가포르는 영어, 중국어를 통해 원활한 의사소통이 가능해 외국인들이 큰 불편을 겪지 않는 것과 대조적이다. 홍콩이나 싱가포르는 서구의 지배를 오랫동안 받은 까닭에 자연스레 영어가 생활 속에 뿌리 내렸지만, 제주도는 한국에서 중국어나 영어의 효용이 날로 높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언어들이 완전히 자리잡지는 못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한국어에 능통하면서도 영어와 중국어를 잘 하는 외국인들을 대거 제주도로 불러들이면 된다. 중국어는 중국 내에 있는 조선족들을 불러들이고, 영어도 한국에 오래 살면서 한국어를 잘 하는 영어권 사람들을 초대하면 된다. 한국의 비자 제도는 무척 까다롭기 때문에 영어강사로 입국한 이들은 법적으로 다른 분야에서 일할 수 없다.

제주는 특별자치도가 되면서 본토와 다른 비자제도를 갖게 되므로, 이 같은 이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본다. 외국어를 사용하는 주민의 증가는, 정부가 직접 외국어 교육에 많은 돈과 시간을 투자하는 것 이상으로 제주도민들의 외국어 실력을 부쩍 높여줄 것이다.

● 의사소통 문제 해결이 가장 중요

마지막으로 제주도의 존재를 세계에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일도 중요하다. '제주'라는 이름만 들어도 홍콩이나 싱가포르 이상으로 뚜렷한 어떤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게 하는 일은, 제주를 세계적 명소로 만드는데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다. 물론 그를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그래도 특별자치 시대의 개막은 제주의 앞날에 큰 기대를 갖게 한다.

데이비드 맥클라우드ㆍ프리랜서 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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