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6일 하반기 경제운용방향을 설명하면서 애써 “경기부양이기 보다는 ‘경기 활성화’라고 평가해 달라”고 주문했다. 정부 스스로 입장변화를 인정한 셈이다. 재정지출 극대화, 비과세 감면 연장, 건설투자 보완, 기업규제 완화 등 정부가 꼽은 하반기 경제운용의 ‘키워드’는 사실 ‘인위적 경기부양을 지양한다’는 정부의 원칙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는 내용이다.
정부의 이러한 입장 변화는 지방선거 이후 서민경제의 몰락이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다고 판단한 여당의 압박에서 첫번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여당은 5일 하반기 경제운용방향에 대한 당정협의 과정에서 공개적으로 ‘경기부양’을 요구했다. 공적자금 상환금을 사회간접시설과 복지예산으로 전용하려 한 것이나, 연일 출자총액제한제도의 조속한 폐지를 주장해온 것과 맥을 같이 하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하반기 경제성장률이 둔화될 것이라는 민간연구소들의 비관적 전망도 정부의 마음을 급하게 했다. 아직 제대로 된 경기 회복을 느껴보지도 못한 상황에서 다시 경기가 하강곡선으로 접어들 경우 정부가 안게 될 부담은 말할 것도 없다. 어떻게든 경기 상승 국면을 연장해 보겠다는 것이 경기부양에 초점을 둔 이번 하반기 경제운영방향의 탄생 배경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이번 방안이 경제 불안정 등의 부작용을 우려할 정도로 본격적인 경기부양의 모습은 갖췄다고 보기는 어렵다. 재정을 있는 대로 집행하겠다는 것도 추경 예산을 추가 투입하지 않는 한 수긍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것. 하지만 경기부양 기조에 정책 초점을 맞추는 상황에 대해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조세개혁과 양극화ㆍ고령화 해소를 위한 재정마련 방안 등 경제구조를 개선할 근본적인 해결책들은 뒷전으로 밀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5ㆍ31 지방선거 이후 발표하기로 했던 중장기 조세개혁 방안의 입법 작업을 올해는 하지 않겠다고 한발 후퇴한 바 있다. 내년 대선국면을 감안하면 제로 베이스에서 조세구조를 연구해보겠다는 참여정부의 야심찬 계획은 물거품이 된 셈이다. 또 올해 말까지 한시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비과세ㆍ감면 조항 중 상당 수를 연장하겠다는 방안도 문제점이 지적되는 부분이다.
비과세ㆍ감면 조항은 저출산ㆍ고령화 대책 등 경제ㆍ사회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재원 마련과도 관련돼 있는데 당장의 경기부양을 위해 이를 포기한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물론 6일 발표된 하반기 경제운용방향을 ‘인위적인’ 경기부양으로 해석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그러나 내년 말로 예정된 대선을 앞두고 향후 정치논리가 경제논리를 압도할 경우 구조적인 부작용을 치유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에 한번 더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더구나 권오규 경제부총리 내정자는 여당과 더욱 가까운 사이로 알려져 향후 정부의 경제운용이 여당에 완전히 휘둘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더해지는 상황이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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