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은 6일 피의자가 자발적인 의사에 따라 경찰관의 동행 요구에 응한 경우가 아니라면 임의동행은 불법체포라고 판결했다. 이번 판결은 경찰이 임의동행 형식으로 피의자를 강제 연행하는 수사 관행에 제동을 건 것이다.
대법원2부(주심 손지열 대법관)는 6일 임의동행 후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다 긴급체포 되자 감시소홀을 틈타 달아난 박모(27)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경찰관의 동행요구를 거절할 수 없는 심리적 압박 아래 이뤄진 임의동행은 불법체포이며 연행 후의 긴급체포도 사후적 조치로 불법”이라며 도주죄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임의동행은 경찰관이 피의자에게 동행을 거부할 수 있음을 알려주거나 동행한 피의자가 언제든지 자유로이 동행 과정에서 이탈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 인정되는 등 오로지 피의자의 자발적인 의사에 따라 이뤄졌음이 객관적으로 입증된 경우에 한해 적법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박씨 연행 과정에서 거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았고, 경찰서에서도 경찰관 1명이 화장실까지 따라와 감시하는 등 자유롭게 귀가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 검찰이나 경찰이 피의자에게 임의출석을 요구하는 경우에도 “수사관을 보내 일정 장소로의 동행을 요구한 경우에는 해당 법리가 적용된다”고 선을 그었다.
박씨는 2004년 9월 자신의 집 앞에서 경찰관 4명의 임의동행 요구로 경찰서로 연행된 뒤 절도 혐의로 6시간 동안 조사를 받다 긴급 체포되자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달아났다. 붙잡힌 박씨는 절도혐의는 벗었지만 경찰에 의해 도주죄로 불구속 기소됐다.
강철원 기자 strong@hk.co.kr
■ 임의동행
수사기관이 피의자나 참고인의 승낙을 얻어 수사기관에 연행하는 것을 말한다. 저인망식 수사기법의 하나지만 인권침해 소지가 높아 엄격한 시행이 요구돼왔다.
경찰관직무집행법은 경찰이 범죄와 연관이 있다고 판단되는 사람에게 질문을 할 수 있고, 이 질문이 당사자에게 불리할 경우 동행을 요구할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당자자가 동행을 거부하면 강요할 수 없다. 수사기관은 임의동행 이후 범죄혐의가 드러나면 체포할 수 있지만 6시간을 넘겨 조사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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