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미사일 발사 강행에 맞서 미국이 대북 제재에 본격 착수할 움직임을 보임에 따라 북미 관계는 단기적으로 더욱 냉각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대포동 2호 발사의 ‘실패’에도 불구, 이를 ‘도발적 행동’으로 규정하고 유엔 안보리 등에서의 대응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미국으로서는 그 동안 일관되게 북한에 경고 메시지를 보내왔고 최근 개최된 미일 정상회담에서도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를 ‘용납할 수 없는 일’로 못박는 등 정책적 운신의 폭을 스스로 좁혀 왔다. 때문에 미국이 이제 와서 북한의 희망대로 미사일 문제 등을 논의하기 위한 북미 양자협상에 응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또 미국은 표면적으로는 북한이 조건 없이 6자회담에 복귀해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면서 문을 열어 놓겠지만 실질적으로는 6자회담의 재개에 크게 집착하지도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한국 뿐 아니라 중국도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에 ‘화가 나 있을 것’으로 보면서 중국의 이러한 변화가 대북정책에서의 국제적 공조에 미칠 파급력을 최대한 활용하려 할 것으로 전망된다. 4일 미국을 방문, 북한 미사일 문제 등에 관한 한미협의를 시작한 송민순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실장에게 미국이 어떤 주문을 할지 주목된다.
그렇다고 미국이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을 봉쇄한 채 제재 일변도로 방향을 몰아갈 것으로 보는 것도 현실성이 떨어진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내에서도 북한 문제 해결에 군사적 옵션을 선택하기 어렵고 제재 등 대북 압박도 결국 외교적 해결로 귀결돼야 한다는데 공감대가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불투명한 태도로 인해 대북 제재의 효과가 의심스럽게 될 때 미국의 처지에선 6자회담의 유용성이 커질 수 있다. 미 행정부에서 “장거리 미사일 시험이 실패, 미국에 즉각적 위협이 되지 않았다”“미사일에 탄두가 장착돼 있지 않았다”며 여지를 남기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 강행사실을 파악한 뒤 즉각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소집했다. 북한의 잇단 미사일 발사 상황을 보고 받은 부시 대통령은 콘돌리사 라이스 국무장관,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 스티븐 해들리 백악관 안보보좌관 등과 함께 미국 본토 위협 여부 등을 점검했다.
해들리 보좌관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예상됐던 만큼 부시 대통령이 ‘특별히 놀라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해들리 보좌관은 “부시 대통령이 ‘북한의 이번 행동은 국제사회에 대한 도전’이라고 직감적으로 느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라이스 국무장관은 한국, 일본, 중국 등 북한 인접국 외교장관들과 전화통화를 갖고 북한 미사일 발사 문제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회부하는 방안 등을 논의했다. 라이스 장관은 또 북핵 6자회담 미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를 동북아시아에 파견, 공동대응 모색에 나섰다.
미국은 이와 함께 존 볼턴 유엔주재 미국 대사를 통해 5일 오전 10시(현지시간) 소집될 유엔 안보리에서 북한의 미사일은 미국만이 아니라 국제사회 문제라는 점을 강조할 예정이다.
4일은 미국의 230주년 독립기념일이었으나 등 미국 주요 방송들이 독립기념일 경축 행사를 제쳐두고 북한 미사일 발사 기사를 연달아 내보내 미국 시민들은 적잖은 충격에 빠졌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