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1일로 시행 1개월을 맞은 병원식대 건강보험 급여 적용 이후 환자들의 식단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전체 비급여 부분의 20%에 달하는 식대 부담을 건보에서 지급토록 해 양질의 식사를 저렴하게 먹을 수 있게 하자는 정부의 의지는 과연 현실에서 제대로 반영되고 있을까. 최근 인터넷 매체를 통해 퍼진 황당할 정도로 부실한 식단의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아쉽게도 급여적용은 아직 낙제점 수준이다.
●반찬 줄고 후식도 사라져
5일 오전 한창 점심식사가 배식되고 있는 서울의 한 대학병원 병동. 환자들은 건보 급여로 지급되는 ‘일반식’과 비급여 식사인 ‘특식’ 중 자신이 선택한 식단을 받아 든다. 외견상 이전과 다를 것이 없어 보이지만 장기간 입원 중인 최모(44)씨에게는 아무래도 일반식이 못마땅한 모양이다.
최씨의 식판에는 밥과 국 외에 김치를 포함한 4가지의 반찬이 올라왔다. 최씨는 “예전의 3분의 1도 안 되는 돈만 내고 식사를 해결하기 때문에 불만이 큰 것은 아니지만 5개이던 반찬이 한 개 줄고 우유와 주스 등 후식이 사라져서 아쉽다”고 말했다. 최씨는 “일손을 줄인다고 계란말이로 나오던 것이 계란후라이로 배식되는 등 반찬 내용도 부실해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식대급여적용 이후 건보로 지급되는 일반식의 가격은 한끼에 5,680원을 넘지 못하게 됐다. 기존에 이보다 비싼 7,000~8000원으로 공급하던 대형병원은 식사의 질을 유지하려면 아무래도 한동안 적자운영을 해야 한다며 울상이다.
병원들은 적자를 메우기 위해 음식재료를 저렴한 것으로 들여오고 인건비가 적게 들어가는 음식 위주로 식단을 꾸미기도 해 식대급여적용이 질 낮은 배식을 부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부 병원에서는 벌써부터 기존 한우 고기를 없애고 값싼 수입육으로 전환하는 등 발 빠르게 음식재료 값 절약책을 모색하기도 해 환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서울 S병원의 급식책임자는 급여로 제공되는 밥은 일종의 가격 상한선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이에 맞추다 보면 각 대형병원이 연간 40억원이 넘는 적자를 보게 된다” 며 “병원의 명성 때문에 음식 수준을 급격히 낮출 수는 없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예전보다 질이 떨어지는 음식을 내놓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A대학병원 급식담당 관계자는 “대형병원들이야 1년에 수십억원 정도의 적자를 그럭저럭 업고 간다 치더라도 규모가 작은 병원들은 수지를 맞추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저렴한 음식재료를 공급하는 업체와 계약해야 한다. 자칫 잘못하면 지난 번 학교급식사태와 같은 일도 발생하지 않겠냐”고 우려했다.
●모니터링 인력부족 답답한 당국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은 6월부터 급여제공으로 병원밥이 부실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2005년 기준 연간 입원 환자수가 1명 이상인 전국 6,135개 병ㆍ의원을 대상으로 급식 모니터링에 착수했다. 하지만 모니터링 인력이 대부분 다른 업무를 봐야 하는 건보공단 지사 직원들이어서 효과 있는 감시가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건보공단 가입자지원실 관계자는 “모니터링을 실시할 사람을 증원해달라고 복지부에 요청했지만 긍정적인 대답을 듣지 못했다” 며 “직원이 병원에 나가서 환자들에게 급식 만족도를 물어도 주변에 병원 관계자들이 함께 있기 때문에 부정적인 답변은 나올 수 없다” 고 말했다.
건보공단 등에 따르면 병원들은 각종 편법까지 동원, 급여적용으로 줄어든 ‘밥 장사’의 흑자를 메우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한 종합병원 관계자는 “산모용 미역국 식사를 보험급여지급 가격으로는 공급할 수 없다고 최근 반발한 산부인과들의 주장은 다소 무리가 있다” 며 “미역국 한끼분의 원가가 330원에 불과한데 이를 5,000원이 넘는 가격으로 만들지 못한다면 어떤 환자가 이해하겠냐”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결국 환자들에게 부실한 급여적용 식사를 제공해 자연스럽게 비싼 가격의 비급여 식사를 선택하게 하려는 것이 병원들의 속셈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또한 복지부의 당초 지침대로라면 병ㆍ의원은 환자들이 일반식과 비급여적용인 특식을 사전에 확인하고 선택하도록 식단표를 게시해야 하지만 이를 제대로 지키는 곳은 30% 정도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 고주희기자 orwe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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