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라고 불러라, 아무리 요청해도 그는 꼬박꼬박 나를 선생님이라 부른다. 그 역시 글을 쓰는 사람이지만 나보다 열네 살이나 어리니 그게 편한가 보다. 내가 참아야지, 때려서 고칠 수도 없고. 그와 마주 앉으면 상그레 웃음이 지어진다. 감정처럼 표정도 상대하는 사람에 감응하기 마련이다.
다른 때와 달리 갈비탕이 당긴다. 내 몸이 좀 지쳐 있나 보다. 냉면도 맛있겠고. 메뉴판을 들여다보며 내가 갈등하자 그는 둘 다 먹으라고 한다. 나는 고개를 젓고 그를 따라 회냉면을 시킨다.
주문을 받은 종업원이 돌아서자 그가 가방에서 CD를 꺼내 건네준다. "두 장이나?" 내가 좋아하자 그는 더 상그레 웃으며 "형제가 연주한 거예요" 말한다. "형제?" 나는 조금 귀 설었지만 이내, 그가 독실한 기독교 신자라고 생각한다.
그는 갸우뚱, 좀 열적은 표정으로 내게 피아노 연주를 좋아하느냐고 묻는다. "응, 물론. 악기는 다 좋잖아." 뒷말은 괜히 붙였네. 냉면이 너무 맛있다! "임동혁 임동민 형젠데요, 쇼팽 콩쿠르에서 3등한. 제가 쇼팽을 좋아하거든요." 아아! 나는 비로소 형제의 의미를 깨닫는다. 사리 하나를 더 시켜 우리는 사이 좋게 나눠 먹는다.
시인 황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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