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남북관계도 당분간 경색이 불가피해졌다. 하지만 대화의 끈을 완전히 놓을 수도 없는 정부는 이래저래 곤혹스럽다.
미사일 발사 움직임이 불거진 지난달 중순 이후 정부는 “미사일을 발사하면 대북지원은 어렵다”는 경고를 던져왔다. 그럼에도 북한이 엇나간 행태를 보인 이상 이를 묵과할 수는 없다는 판단이다.
정부가 일단 강경대응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첫째, 미사일 발사에 따른 대북 여론악화다. 비록 동해상으로 미사일을 쏘기는 했지만 한반도 전체에 안보위협을 불러일으킨 북한을 느슨하게 대해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비등하다. 둘째는 미사일 발사에 강경 대응하는 미국과도 보조를 맞춰야 한다는 점이다.
일단 쌀 비료 등 대북 추가지원은 보류될 전망이다. 이종석 통일부 장관은 지난달 21일 한나라당을 방문,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면 추가지원은 어렵지 않나 생각한다. 쌀이나 비료 지원에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4월 18차 장관급 회담에서 북측이 요청한 50만 톤 규모의 쌀 차관과 비료 추가지원은 당분간 힘들게 됐다. 지난달 초 12차 남북경제협력추진위에서 합의된 8,000만 달러 상당의 경공업 원자재 지원도 어려울 전망이다.
향후 남북관계는 11일부터 부산에서 열릴 예정인 19차 남북 장관급 회담이 좌우할 것 같다. 미사일 발사가 군사 행동이라기 보다 대미 대화 촉구 측면이 강하기 때문에 격앙된 분위기가 가라앉는다면 정부는 장관급 회담을 통해 북한을 설득하는 기회를 찾으려 할 수도 있다.
정부는 이날 긴박했다. 청와대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확인하고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회의와 노무현 대통령 주재의 긴급 안보관계장관회의를 개최, 대응책 마련에 부심했다.
청와대는 군과 정보기관으로부터 북한이 이날 새벽 3시32분 강원도 안변군 깃대령 소재 발사장에서 첫 미사일을 발사했다는 보고를 받고 관련 부처에 상황을 분석, 보고할 것을 지시했다.
오전 7시30분 청와대에서 이종석 통일, 윤광웅 국방, 반기문 외교부 장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NSC상임위원회가 열렸다. 1시간10여분 가량 진행된 NSC 상임위의 논의 결과는 노 대통령에게 보고 됐고, 10시10분 서주석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수석이 정부성명을 발표했다.
이어 노 대통령은 오전 11시 청와대에서 긴급 안보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대책을 논의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일각에서 정부가 미일에 비해 늑장 대처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자 “대포동 미사일 발사 직후 상황을 바로 (대통령에게) 보고 했으며, 청와대 안보실과 NSC사무처에서 상황을 접하고 바로 대응을 준비했다”고 일축했다.
반 장관은 이날 오전 10시40분께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과 10여분 동안 전화 통화를 한 데 이어 오후에는 아소타로(麻生太郞) 일본 외상, 리자오싱(李肇星) 중국 외교부장,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차례로 전화접촉을 갖고 북한 미사일 발사에 대한 상황과 향후 대책에 대해 협의했다.
권혁범 기자 hbkwon@hk.co.kr정상원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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