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대선에서 우파 후보가 좌파 후보를 1%포인트 차로 앞선 것으로 3일 표본개표 결과 나타났다. 당선자는 이르면 6일, 늦어도 9일까지 발표될 예정이다.
표본개표에서 우파 국민행동당(PAN) 펠리페 칼데론 후보가 36.37%를 득표, 40만2,708표 차로 1위를 차지했다. 선거 직전까지 지지율 1위를 고수한 좌파 민주혁명당(PRD)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후보는 35.37%로 2위를 기록했다. 칼데론 측은 “출구조사와 비공식 개표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며 “선관위에 당선자 발표를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칼데론이 당선되면 중남미 좌파바람은 5월 콜롬비아 대선에 이어 다시 제동이 걸리게 된다.
표본개표는 전체 투표소 가운데 표본을 추출해 컴퓨터로 개표하는 프로그램(PREP)으로 멕시코 선관위는 이를 토대로 당선자를 발표해왔다. 그러나 이번에 1,2위 득표율이 박빙을 보이자 발표를 연기했다.
오브라도르 후보는 “선관위의 표본개표 방식에 이의를 제기하고, 가능한 모든 법적 수단을 동원해 결과를 바로잡겠다”며 선거불복종의 뜻을 밝혔다. 그러나 그는 전날과 달리 승리를 주장하지 않고 “투표관련 서류 일체를 넘겨받아 대조작업을 거친 후에야 패배를 수용할 수 있다”고 다소 수세적인 입장을 보였다.
선거재판소에 표본개표 이의소송이 제기되면 멕시코 선거 혼란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당선자 확정은 재판소 심리를 거쳐 결정되지만 오브라도르 지지자들이 “승리를 도둑맞았다”며 시위를 계속하는 상황에서 단기간에 심리가 이뤄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좌파 진영에선 과거 선거부정으로 승리를 빼앗긴 아픈 기억을 씻기 위해서라도 이번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1988년 멕시코 선거에선 좌파 후보의 당선이 유력시 되다가 갑자기 역전돼 선거부정 의혹이 제기됐다. 좌파는 “지금까지 개표는 실격 수준”이라며 오브라도르 승리 방어를 위한 특별위원회 구성을 추진 중이다.
다만 AP통신은 오브라도르가 시위를 촉구하지 않고 있으며, 멕시코 민주주의가 혼란을 피할 만큼 성숙해 있다는 긍정적 분석을 했다. 3일 멕시코 증시는 우파 집권 가능성을 호재로 한때 4.77% 급등했으며, 페소화도 달러화에 대해 6년 만에 최대 강세를 보였다.
이태규 기자 tg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