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7ㆍ11 전당대회의 판세는 짙은 안개 속이다. 후보들의 치열한 경쟁 때문만은 아니다. 각 후보 진영이 자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도무지 판세를 종잡을 수가 없다. 조사마다 우열이 다른 탓이다.
강재섭, 이재오 후보 진영은 4일 서로 “우리가 압도적 1위”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최근 두 진영이 각각 실시한 당 대표 지지도 조사에선 그렇게 나타났다.
강 후보 측이 지난달 30일 KCR 리서치에 의뢰, 대의원 1,63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ARS 여론조사에선 강 후보가 43.49%, 이 후보가 28.01%였다. 3위는 강창희 후보(8.01%), 4위와 5위는 전여옥(6.3%) 정형근(3.91%) 후보였다.
그러나 이 후보 측이 1, 2일 M&C 리서치에 의뢰, 대의원 1,978명을 전화 면접 조사한 결과는 이 후보가 50.8%, 강 후보가 25.2%였다. 3위는 강창희(7.4%) 후보, 공동 4위는 3.9%를 얻은 정형근, 전여옥 후보였다.
이처럼 상반된 결과를 두고 당 안팎에선 “대의원들이 어느 후보의 여론조사인지에 따라 눈치를 보고 응답하기 때문”, “설문에서 어느 후보의 이름을 먼저 물어 보느냐에 따라 차이가 나기 때문” 등 해석이 나왔다.
그러나 당 일각엔 조사주체가 누구냐에 따라 1, 2위의 격차가 지나치게 크게 벌어지는 점을 들어 수치 조작 등이 이뤄진 게 의혹도 대두되고 있다. 이에 대해 이, 강 후보 진영은 모두 “우리는 객관적으로 조사했다”며 상대 캠프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두 후보측은 저마다 대세론을 굳히기 위해 지난 주 유리하게 나온 여론조사 결과를 휴대폰 문자 메시지 등을 통해 일부 대의원과 기자들에게 띄웠다. 그러자 다른 후보들이 들고 일어났다. 한 후보는 당 선관위 관계자에게 전화를 걸어 “두 후보가 그런 식으로 양강 구도로 몰고 가면 다른 후보들은 바보가 되는데도 손 놓고 있을 거냐”고 거칠게 항의했다고 한다. 결국 2일 모든 후보측이 “문자 메시지 등을 통한 여론조사 결과 공표를 하지 않는다”고 서약했다. 하지만 각 진영의 운동원들이 기자 등에게 여론조사 결과를 알려 주는 것은 허용됐다. 그래서 여의도 주변엔 다양한 버전의 여론조사 결과들이 여전히 떠돌고 있다.
최문선 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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