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 경기에 세계최고 별의 운명이 결정된다. 살아 남는 자는 베를린으로 직행해 결승전을 치르고, 패자는 영원히 월드컵의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금세기 최고의 미드필더로 자웅을 겨뤘던 프랑스의 지네딘 지단과 포르투갈의 루이스 피구가 6일 오전 4시(한국시간) 독일 뮌헨에서 열릴 2006 독일월드컵 4강전에서 지존의 자리를 놓고 마지막 대결을 벌인다. 지단으로서는 진정한 1인자로 명예로운 은퇴를 꿈꾸고 있고, 피구는 영원한 2인자라는 꼬리표를 떼고 자줏빛 유니폼을 벗는다는 각오에 불타고 있다.
지단과 피구는 서른 네 살의 동갑내기로 나란히 16세 때 빈민가에서 축구를 시작해 국제축구연맹(FIFA) 올해의 선수상을 받고, 최고의 구단인 레알 마드리드에서 한솥밥을 먹을 때까지 그들은 영원한 라이벌이었다. 하지만 언제나 지단이 한발을 앞섰고, 피구는 그의 그늘에 가려 있었다.
피구가 축구선수 최고의 영예인 FIFA 올해의 선수상을 한번 수상할 때 지단은 세 번이나 그 자리에 섰고, 피구가 당시 최고 금액이던 5,900만 유로(약 713억원)의 이적료를 받고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하자 이듬해 지단은 7,300만 유로(역 883억원)에 입단해 기록을 갈아 치웠다. 월드컵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지단은 98년 프랑스월드컵에서 조국에 우승컵을 안겼지만, 피구는 우승컵은커녕 2002년 한일월드컵 참가에 만족해야 했다.
단 한번의 맞대결에서도 최후의 승자는 지단이었다. 유로 2000에서 벌어진 4강전에서 연장종료 3분전 주심의 휘슬소리 한번에 운명이 갈렸다. 1-1의 팽팽한 균형을 이어가던 경기에서 포르투갈의 사비에르가 핸들링 반칙을 했다는 석연치 않은 판정이 나온 것. 페널티킥이 선언되자 격분한 피구는 유니폼을 벗어 던지며 경기장을 빠져나갔고, 그 사이 지단은 페널티킥을 성공시키며 승자의 자리에 섰다.
그리고 6년 후 나란히 은퇴를 했다가 화려하게 부활해 독일월드컵 4강전에서 다시 만났다. 둘 다 은퇴라는 배수의 진을 치고 만난 마지막 결전이다. 금세기 최고의 미드필더를 가릴 ‘축구 드라마’의 결론에 세계의 눈과 귀가 쏠리고 있다.
손재언 기자 chinaso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