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년 전 전북 군산 선유도 해수욕장에서 납북돼 그간 생사도 모른 채 지내온 김영남씨 모자의 상봉 소식(6월 29일자 1면)은 아침부터 눈시울을 뜨겁게 만드는 소식이었다. 같은 하늘 아래 있으면서도 여태껏 서로 연락조차 하지 못하고 살아온 두 사람이 흘린 눈물 속에는 말로 다 하지 못한 숱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조금 더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이번 상봉에는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그 첫번째는 납북자 문제에 대한 정부 당국의 미지근한 태도다. 김영남씨의 경우에도 납북자 문제를 끈질기게 제기하고 조사해온 일본이 김씨의 부인 메구미 문제를 쟁점화하면서 불거졌다.
종전 이후 공식적으로 집계된 납북자만 해도 485명에 이르지만 지금까지 우리 정부는 이 문제를 남북협상 테이블에서 제대로 문제 삼은 적이 없다. 국군포로 문제도 마찬가지였다.
그 같은 우리 정부의 소극적 태도 이면에 어떤 복잡한 계산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국민의 안위는 국가가 지켜야 할 가장 큰 가치이며 그 무엇과도 타협할 수 없는 대상이다. 납북자 문제도 이런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부디 이번 김씨 모자 상봉이 일회성 이벤트로 끝날 것이 아니라, 평생을 슬픔에 잠겨 살아온 납북자 가족의 한을 풀어주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
박민정ㆍ서울 서초구 서초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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