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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석의 TV홀릭] 임성한 작가의 마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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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석의 TV홀릭] 임성한 작가의 마력?

입력
2006.07.05 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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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하늘이시여’가 2일 올해 방송된 드라마 중 최고인 44.4%의 시청률을 기록하고 막을 내렸다. 작품성과 별개로 임성한 작가의 대중 동원력만큼은 인정해야 할 것 같다. MBC ‘보고 또 보고’(1998)부터 시청률 불패 행진을 이어온 ‘임성한 월드’의 마력은 무엇일까.

출생의 비밀=임씨의 작품에 늘 등장하는 출생의 비밀은 주인공에게 신분 상승의 길을 터주는 열쇠이자, 시청자들이 그것이 언제 밝혀질까 조마조마하며 지켜보게 만드는 장치다. 가난하던 아리영(‘인어아가씨’) 초원(‘왕꽃선녀님’) 자경(‘하늘이시여’) 등은 부유한 친부모를 만나고 좋은 혼처를 찾는다. 또 ‘왕꽃’이나 ‘하늘’에서 정체를 밝히지 않고 몰래 딸을 돕는 모정은 중년층의 모성을 한껏 자극한다. 출생의 비밀에 트렌디 드라마 뺨치는 신분 상승과 절절한 로맨스를 엮어 극적 재미를 더한 것이다.

장르잡탕찌개=‘인어아가씨’부터 임씨는 가족드라마 안에 온갖 장르를 뒤섞었다. ‘인어’에는 복수극과 ‘딸기는 칫솔로 씻어야 한다’는 생활정보서비스가, ‘왕꽃’에는 신내림을 소재로 한 호러가, ‘하늘’에는 툭하면 머리채를 잡는 화끈한 액션에 등장인물이 웃다가 죽는 코미디까지 등장한다. 비상식적인 구성이지만, ‘마니아 드라마’나 스탠드 업 개그와 코드가 맞지 않는 중년층에게는 드라마 하나로 모든 걸 즐기게 해주니 ‘종합선물세트’나 다름없다.

부유층 엿보기=‘하늘’에서 영선(한혜숙)은 늘 헤이즐넛 커피를 주문한다. 임씨는 이처럼 어설프게나마 부유층 마님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묘사하며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뿐만 아니다. 패악을 부려대는 ‘인어’의 수정(한혜숙)이나 난투극을 벌이는 ‘하늘’의 마리아(정혜선)와 란실(반효정)의 모습은 점잖은 사모님들도 별 다를 게 없음을 보여준다. 임씨는 이를 통해 부유층에 대한 막연한 호기심과 어설픈 동질감을 충족시킨다.

중년의 판타지인가, 욕망의 배설구인가=이런 장치들은 곧 중년 시청자를 위한 판타지로 연결된다. 임씨는 모든 현실과 도덕을 넘어서는 극단적인 상황들을 ‘모성’으로 포장하지만, 그 안에는 입양아를 ‘개구멍받이’라고 말하는 극악한 혈통주의(‘왕꽃’), 친딸과 의붓아들을 결혼시켜서라도 딸을 행복하게 만들고야 말겠다는 비뚤어진 욕망(‘하늘’) 따위가 도사리고 있다. ‘사람’으로서 부끄러운 편견과 욕망을 ‘부모’라는 이름으로 정당화시키는 것이다.

임씨 드라마의 잇따른 성공은 요즘 기성세대가 이런 욕망에 대한 수치심에 둔감해졌음을 반증하는 것은 아닐까. 숱한 비난에도 불구하고 방송사들이 ‘시청률 제조기 작가’를 앞다퉈 모시기에 바쁜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객원 기자 lennone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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