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생산 대수가 1,500만대에 육박하는 거대 연합체의 등장 가능성으로 세계 자동차 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4일 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경영위기에 직면했지만 여전히 규모는 세계 1위인 미국 GM과 르노-닛산의 자본 제휴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르노와 닛산은 3일 각각 이사회를 개최, 카를로스 곤 르노-닛산 회장에게 GM과의 협상에 필요한 전권을 위임했다. 앞서 'GM의 지분 20%를 인수해 달라'는 GM 대주주 커크 커코리안의 제의에 화답한 것이다.
이제 공은 GM 이사회에 넘어갔다. GM은 곧 이사회를 열어 르노-닛산의 제안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GM의 릭 왜고너 회장이 위기를 타개할 뾰족한 대안이 없는 상황인 만큼 성사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세계 자동차 업계는 'GM-르노-닛산' 연합체의 등장이 일으킬 파장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생산 규모와 지리적 분포 측면에서 새로운 연합체가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독보적인 1위 자리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3각 연대'의 생산규모는 연간 1,450만대(2005년 기준)로 세계 시장(6,772만대)의 21.4%에 달한다. 이는 GM을 제치고 세계 1위 등극을 노리는 토요타(812만대)의 1.8배 수준이다.
또 세계 3대 자동차 시장인 서유럽(르노)과 아시아(닛산), 북미(GM)를 기반으로 한 3대 세력의 절묘한 결합이라는 측면도 파괴력을 더하고 있다. GM의 경우 르노의 판매기반을 통해 저조했던 유럽시장 점유율을 높일 수 있게 되며, 르노 역시 북미 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새로운 3각 연대는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주요 업체간 합종연횡의 필요성을 높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3각 연대'의 성공 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단순한 자본 제휴로 모면하기에는 GM이 당면한 경영위기가 너무 심각하기 때문이다. 산업연구원 조 철 연구위원은 "3개 업체의 제휴는 실패 가능성이 성공 가능성보다 크다"고 예상했다.
그에 따르면 르노와 닛산, 다임러벤츠와 크라이슬러 등 최근 이뤄진 거대 자동차업체의 결합과 비교할 때 시너지 효과가 거의 없다. 르노-닛산의 경우 '르노는 돈을, 닛산은 기술'을 상대방에 지원하는 형국이었고 다임러와 크라이슬러도 고급차와 대중차의 강점을 교환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GM-르노-닛산은 특별하게 주고 받을 게 별로 없다는 설명이다. 조 연구위원은 "내부역량을 강화하지 않은 채 단순히 덩치만 키우는 것은 그만큼 위험을 키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메리츠증권의 엄승섭 연구위원은 "3개 업체의 제휴가 성사될지 여부도 아직은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반면 현대ㆍ기아차 관계자는 "경쟁력을 잃어가던 GM이 3각 연대를 통해 회생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만으로도 우리에게는 부담"이라고 우려했다.
조철환 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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