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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숙의 길 위의 이야기] 굿모닝, 여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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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숙의 길 위의 이야기] 굿모닝, 여의도

입력
2006.07.04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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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이맘때면 수자원공사에서 공모하는 '물 사랑 글짓기' 작문 심사가 있다. 예심을 이틀 동안 보는데 그럭저럭 재미있고 쉬운 일인데다 맛있는 것도 대접 받고 보수도 흐뭇해서 연락이 오면 기꺼이 응한다. 올해도 연락이 왔다.

주최측에서 심사위원 위촉을 맡기고 있는 문인이 내 친구다. 흔치않게 수월한 그 일감을 살림 팍팍한 사람들에게 고루 돌리자는 게 그 친구의 방침이다. 그런데 내게는 여러 번 차례가 오니, 역시 '인맥'은 중요한 자산이다.

설핏 잠을 깨니 용산고교 운동장에서 학생들이 내는 소음이 날아올라왔다. 저건 아침 소음이군, 나른히 생각하며 다시 잠에 빠져들려다가 퍼뜩 정신이 났다. 시계를 보니 아홉 시다. 통 잠이 안 와 뒤척이다 새벽 세 시에 수면제를 먹었는데 그때라도 깨서 다행이었다. 밤새 내리던 비가 그치지 않았다. 이제 장마라고 택시기사 아저씨가 일기예보를 전해주셨다.

수자원공사 사무실이 있는 빌딩을 그는 잘 알고 있었다. 작년의 택시는 나를 열 블록쯤 떨어진 곳에 있는, 비슷한 이름의 다른 빌딩 앞에 내려놨었다. 그 안에서 27층 수자원공사 사무실을 찾아 헤맸다. 이상한 꿈을 꾸는 듯했다. 15층짜리 빌딩이었던 것이다.

시인 황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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