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개각에서 권오규 청와대 정책실장이 부총리겸 재정경제부 장관으로, 변양균 기획예산처 장관이 정책실장으로 내정됨에 따라 참여정부 후반기를 이끌어 갈 새 경제팀이 짜여졌다. 국회 인사청문회의 검증 과정이 남아 있지만 경제팀 후보자들의 면면은 별다른 하자가 없다고 할 수 있다.
권오규 부총리 후보자의 경우 출중한 실력과 유연한 사고, 풍부한 아이디어로 재경부 관료 가운데서도 항상 선두를 달려온 엘리트로 안팎의 신망이 두텁다. 개방과 경쟁이라는 시장기능을 중시하면서도 현실적 조화를 강조하는 실용주의자라는 점이 무엇보다 장점이다. 그런 점에서 이념과 현실 사이에서 방황하는 참여정부 경제정책 방향을 바로잡을 적임자로 기대된다.
이 시점에 시급한 경제부총리의 소임은 경제정책을 총괄 조정하는 사령탑으로서 리더십을 회복하는 일이다. 전임 부총리가 그러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 데다, 재경부 자체가 외환은행 매각에 대한 감사원 감사와 검찰 수사로 분위기 마저 흐트러져 있는 상태다.
과거와 달리 부총리의 권한이 제한돼 있는 상황에서 경제정책의 리더십은 전적으로 권 후보자의 역량에 달렸다. 이런 점에서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이 큰 힘이 될 수 있겠지만, 청와대 의중에 휘둘릴 것이라는 세간의 우려 또한 잘 인식해야 한다. 대통령이 경제정책과 사회복지정책을 원활하게 연결하는 방안을 권 후보자에게 주문했다는 대목은 그래서 심상치 않다.
새 경제팀은 거창하게 일을 벌이기보다 현안들을 순조롭게 마무리하는 데 역점을 두어야 한다. 새로운 일을 벌이기에는 시간도 부족하고 여력도 없다. 우선은 둔화 조짐을 보이는 하반기 경제를 안정적으로 이끌어 가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성장잠재력을 확충하는 데도 신경을 써야 한다. 논란이 뜨거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나 연금개혁을 성공적으로 추진하는 데는 특히 부총리의 리더십이 중요하다. 인사 청문회에 따른 과도기 경제정책의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만반의 대비를 할 것도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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