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각이다. 지방선거 참패가 경제정책 실패에 기인한다는 분석이 배경이라고 한다. 지난 지방선거 결과는 되풀이되기도 어려울 정도의 여당 참패였다. 참여정부의 경제정책 실패가 그 원인이라고 한다면 국민 대다수가 고개를 내젓는 결정적인 정책의 패착이 있었다는 이야기가 된다.
부동산정책을 언급하는 이도 있고, 교육정책을 말하는 사람도 있다. 참여정부 기간 경제성장률이 낮았음이 강조되기도 한다. 복지 우선의 정책 운용이 성장을 저해하였고 이에 대한 국민의 심판이라는 주장도 있다.
● 선거 참패는 경제실정 탓인가
그러나 이러한 경제정책 대실패론은 선뜻 긍정이 되지 않는다. 부동산정책에는 찬반 양론이 치열하고 반드시 반대 여론이 일방적이라고 보이지 않는다. 교육정책은 혼란이 인내력을 시험하지만, 어제 오늘의 현상은 아니다.
참여정부 기간 경제성장률이 낮았음은 사실이나 그 원인이 반드시 참여정부의 경제정책에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복지정책의 확대는 우려되는 면이 분명히 있지만,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에는 아직은 중장기적인 주제이다. 모두 유례없는 선거결과를 설명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전 선거에서 승리하여 집권당이 된 여당이 참패를 하였다면 상당수 국민들에게 큰 실망을 주었기 때문이다. 큰 실망은 큰 기대가 있었음을 전제한다. 참여정부에 대한 국민의 큰 기대는 무엇이었나?
경제학자로서 필자의 기대는 개혁의지와 과학주의의 결합이었다. 민주사회에서 경제정책의 수립과정은 정치적 과정과 분리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민주사회에서 경제선진화는 정치선진화와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다. 우리 경제에 요구되는 진정한 시장경제질서의 형성을 위해서는 과거 이해집단에서 자유롭고, 시민사회의 강화를 목표로 하는 세력의 집권이 득이 될 수도 있다고 기대하였다.
물론 이 시스템 개혁의지가 실용주의와 상치된다면 이것은 문제이다. 그러나 이데올로기가 사라지고 실용주의가 지배하는 국제경제질서 아래 어느 세력이 등장하든 정책 수립의 과학주의는 중요한 미덕으로 추구될 것으로 희망하였다.
이제 참여정부에 대한 실망은 과학주의의 미흡에 있다. 각론의 문제이기보다는 문제에 접근하는 방법론이 국민에게 주는 불편함이다. 예를 들어 참여정부 경제정책의 화두는 자타가 공인하듯이 양극화이다. 외환위기 이후 진행된 빈곤층의 등장과 분배 악화는 분명히 문제이다. 그러나 그에 대한 정책대응 목표가 어째서 빈곤층 해소가 아니고 양극화 해소이어야 하는지는 납득이 되지 않는다.
참여정부의 상당수 실세들은 과거 좌파 경제관에 심취했던 운동권 출신이다. 때문에 양극화라는 슬로건을 접한 순간, 여전히 이들이 계급간 갈등과 특정 계층에 의한 다른 계층의 착취를 사회문제의 본질로 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 것이 필자만일까?
따지다 보면 그다지 좌파적인 경제정책이 많지 않았음에도 참여정부가 좌파정권으로 간주되는 이유가 정책의 배경에 이러한 암묵적 논리가 놓여 있다는 인식 때문이 아닌가? 사실 부동산정책, 교육정책 등 주요 정책에 모두 그런 측면이 있다는 비판이 근거없는 비난으로 치부될 수 있는 것일까?
● 개혁은 실용 과학주의바탕해야
의도가 그것이 아니었다고 한다면 과거의 사상 행로가 남긴 흔적이 정책 목표와 수단 선택에서 부적절하게 돌출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을 주문하고 싶다. 좌파사상의 근원인 인본주의를 포기할 이유는 없다. 소외계층에 대한 따뜻한 배려의 시각은 이제 정파를 떠나 민주사회가 수용한 정책당국의 의무이기도 하다.
그러나 사회과학 이론으로서의 좌파 이론이 역사의 전개에 의해 기각된 사실, 특히 그 경제이론의 현실 부정합성은 진심으로 인정되어야 한다. 참여정부의 실험이 과거 민주화운동의 참여자는 실용주의와 과학주의를 경시한다는 교훈으로 종결된다면, 그것이야말로 참여정부가 남기는 대실패이다.
신인석ㆍKDI 경제전망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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