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자동차 노조들이 잇달아 산별노조로 전환하면서 노사에 희망과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최근 민주노총 산하 현대ㆍ기아ㆍGM대우 자동차 노조 등의 전환은 국내에 본격적 산별노조 시대가 열리고 있다는 신호다.
노동계가 산별 전환을 추진하는 배경으로는, 근래 노조조직률이 떨어져 기업별 노조로는 투쟁동력을 확보할 수 없게 된 상황이 제일 먼저 지적되고 있다. 또한 거기에는 내년 1월 복수노조가 허용되면 한 기업에 여러 노조가 설립되기 때문에, 이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민노총과 한국노총의 경쟁이 작용하고 있다.
산별 전환에 대한 경영계의 시선은 불안하다. 경영계는 중복되는 교섭으로 비용이 증가하고, 또 대기업 노조원은 손해를 보고 중소기업은 경영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한다. 강성의 산별노조가 자유무역협정(FTA) 등 정치사회적 문제에 좀더 깊이 개입함으로써 파업 등 노사 갈등이 커질 것도 우려하고 있다.
반면 노동계는 산별 전환으로 그간 비난 받아온 대기업 노조의 자사 이기주의 등이 극복된다는 점을 내세운다. 산별교섭으로 최저협약이나 표준협약을 체결한 뒤 기업별 현실에 맞게 적용할 뿐, 교섭 결과를 일률 적용하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교섭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도 주장한다. 또한 개별 노조에서 다루기 어려운 비정규직 문제에 접근하기도 쉬워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노동계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산별 전환의 배경이 양 노총의 경쟁과 투쟁동력 강화라고 볼 때, 경영계와 국민의 우려는 가시지 않는다. 근래 합리적 노동운동을 강조하는 한국노총과 달리, 강성 노선에 여전히 집착하고 있는 민노총의 새 시도이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민노총은 입장 설명에 그치지 말고 국민이 좀더 안도하고 국제 경쟁력도 높일 수 있는 행동으로 보여 주어야 한다. 산별 전환은 충격이 큰 사안인 만큼 노사정이 정착을 위한 협의를 서둘러야 할 것이다. 민노총이 노사 선진화 입법 등 노사정 대논의에 적극 참여하고 유연한 자세를 밝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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