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경제부총리로 내정된 권오규 청와대 정책실장은 전형적인 ‘참모형 엘리트’다.
아이디어가 많고, 논리와 언변이 뛰어나고, 일 처리도 외모만큼이나 깔끔하다. 그런 탓에 보스로부터 늘 총애를 받았고, 승진도 늘 빨랐으며, 자리도 국내든 해외든 요직(재경부 경제정책국장 차관보 IMF대리이사)을 차지했다.
참모로서의 능력은 3대 정권에 걸친 청와대 근무경력이 말해준다. 문민정부 시절엔 청와대 정책수석실에서 ‘세계화’프로젝트를 맡았고, 국민의 정부에선 청와대 재경비서관으로 경제정책을 총괄했다. 참여정부 출범 후엔 정책수석 경제정책수석 정책실장을 맡으며, 노무현 대통령을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보좌했다.
‘보좌’ 자리에 오래 있었던 탓에 권 실장의 장ㆍ차관 경력은 취약하다. 청와대 밖에서 차관급 이상 자리를 맡았던 것은 조달청장이 전부다. 통상 장ㆍ차관 이력을 2,3개 정도는 갖고 취임했던 역대 경제 부총리들과는 확연히 다르다. 고속승진이라해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니다.
이 부분에서 ‘권오규 경제부총리’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한 고위관료는 “청와대는 기본적으로 보호막이 있다. 노출도 되지 않고 크게 실수할 일도 없다. 하지만 경제부총리는 국회든 시민단체든 언론에든 완전히 노출되고 총대를 메는 자리인 만큼 청와대와는 차원이 다르다”고 말했다.
물론 업무 자체만 보면 문제될 것이 없다. 기획ㆍ통상 분야에서 워낙 잔뼈가 굵은 개방ㆍ경쟁주의자이기 때문에, 거시경제운용이나 한ㆍ미 자무역협정(FTA) 관련 업무엔 이만한 적임자도 없다. 별 일도 없는데 늦게까지 남아 일하는 것을 싫어하고, 부하들에게 지시할 때도 핵심과 요점만을 요구하고, 더구나 노래를 해도 신곡만 부를 만큼 스타일도 현대적이고 탈 권위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취약한 장ㆍ차관 이력과 경륜, 타 경제부처 장관들에 대해 리더십을 행사하기엔 좀 젊어보이는 나이(54세ㆍ행시15회), 그렇기 때문에 부총리로선 중량감이 떨어져 보인다는 평가도 있다. ‘최고의 참모’이긴 하나, 경제팀을 이끌 수장으로선 검증해야 할 부분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권 실장의 경제부총리 복귀로 재경부 인사는 복잡해졌다. 박병원 1차관, 열린우리당에 파견된 김경호 수석전문위원, 이승우 정책조정국장이 권 실장과 경기고 동기(71년 졸업)이고, 장태평 정책홍보관리실장은 2년 선배다. 선배와 친구를 부하로 두게 된 권 실장으로선 후속 인사에 부담을 갖지 않을 수 없게 됐다.
한편 정책수석 시절 과로로 인해 건강이 크게 나빠졌지만 OECD대사를 다녀오면서 지금은 완전 회복됐다고 주변인사들은 전하고 있다.
이성철 기자 sc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