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브로(휴대인터넷)가 새로운 통신혁명을 예고하고 있다. 단순한 인터넷 접속을 넘어 인터넷전화(VoIP)를 통한 음성통화가 이뤄지면 기존 휴대폰보다 저렴한 이동통신 수단으로 떠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미국의 퀄컴과 마이크로소프트(MS) 등에 지급하는 기술사용료(로열티)도 상당부분 줄일 수 있게 돼 국내 정보기술(IT) 산업 전반에 ‘와이브로 효과’가 기대된다.
▦음성통화를 잡아라 지난달 30일 KT와 SK텔레콤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와이브로는 음성통화에 아주 유리한 구조를 갖고 있다. 언제 어디서나 이동하며 빠른 속도로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기 때문에 데스크톱 컴퓨터(PC), 노트북 등으로 사용하던 인터넷전화를 충분히 지원할 만한 환경을 갖추고 있다.
와이브로 서비스업체들이 인터넷전화를 지원할 경우 통신업계에 미칠 파장은 적지 않다. 무엇보다 이동통신업체들이 가장 큰 타격을 받게 된다. 저렴한 요금을 앞세운 인터넷전화와 가격경쟁에서 밀리기 때문이다. 인터넷전화의 경우 시내전화는 1분당 20~45원이 부과된다. 반면 휴대폰은 분당 120원 가량 물린다. 인터넷전화 서비스업체인 애니유저넷 이관석 상무는 “언제 어디서나 통화가 가능한 휴대폰과 달리 인터넷전화는 PC를 떠나면 통화가 안되기 때문에 고전했다”며 “그러나 앞으로는 와이브로에서 인터넷전화가 가능하기 때문에 통화료가 싼 인터넷전화가 제 2 전성기를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통화료 뿐만 아니라 무선데이터 이용 측면에서도 와이브로는 휴대폰을 압도한다. 휴대폰처럼 웹사이트를 모바일용으로 따로 가공하지 않아도 그대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편리한 것은 물론이고 전송 속도가 20Mbps여서 153.6Kbps에 불과한 휴대폰보다 월등히 빠르다. 특히 와이브로는 월 3만원대의 정액제여서 사회문제로까지 비화된 휴대폰의 과도한 무선데이터 이용료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장점 때문에 와이브로가 널리 보급될 경우 휴대폰 이용료까지 낮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래텍 배인식 사장은 “와이브로에서 인터넷전화를 지원할 경우 이통사들도 휴대폰 사용이 줄어드는 것을 막기 위해 요금을 낮출 수밖에 없으며 나중에는 휴대폰과 와이브로가 결합한 와이브로폰도 판매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음성통화가 가능한 와이브로폰의 개발을 끝마쳤으며 해외 일부 사업자들에게는 와이브로폰을 공급할 계획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국내에도 서비스업체들이 원할 경우 와이브로폰을 공급할 수 있다”며 “전국망이 갖춰지는 내년 이후에 와이브로폰이 보급될 것”으로 보고 있다.
▦로열티 부담 탈피 와이브로에 통신기능이 결합되면 휴대폰 통신칩 개발업체인 퀄컴에 지급하는 로열티 부담도 줄어들 전망이다. 1995년부터 지난해까지 국내 기업들이 퀄컴에 지불한 로열티는 총 26억2,766만달러에 이른다.
그러나 와이브로는 순수 우리 기술인 만큼 판매수량대로 로열티를 내야하는 휴대폰과 달리 일체의 비용부담이 없다. 그런 점에서 와이브로의 보급은 국부 유출이라는 짐을 덜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또 삼성전자가 모토로라, NTT도코모, 보다폰, NEC, 파나소닉 등 세계 유명 기업들과 지난달에 제휴를 맺고 추진중인 리눅스 기반의 모바일 플랫폼 공동개발도 로열티 부담을 덜어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가 개발 예정인 리눅스형 모바일 플랫폼은 와이브로를 비롯해 개인휴대정보단말기(PDA), 스마트폰 등에 쓰이는 모바일기기용 운영체제인 MS의 ‘윈도포켓PC’를 대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산 기술인 와이브로의 보급은 장기적으로 퀄컴과 MS 등에 지급하는 로열티 부담을 줄여줄 전망”이라며 “그런 점에서 와이브로는 국내 산업계 전반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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