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 4기 지방자치 시대가 열렸다. 16개 광역단체장과 230명의 기초단체장은 3일 취임식을 갖고 공식 업무에 나선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전직 시장단, 시민대표 등 3,000명을 초청해 비교적 간소한 취임식을 치를 예정이다. 역대 민선 서울시장의 예를 따라 세종문회회관에서 치러지는 그의 취임식 화두는 '문화 서울' 건설이다.
도청앞 광장에서 취임식을 갖는 김문수 경기지사는 8,000만원의 행사 예산이 많다며 5,500만원으로 줄일 것을 지시했다.
박성효 대전시장도 서민 1,000여명을 초청해 시청 대강당에서 조촐한 취임식을 갖기로 했다. 이완구 충남도지사는 취임식 장소를 도청 광장에서 도청 대강당으로 바꾸고 초청인사 역시 1,000명에서 300명으로 대폭 줄였다.
봉사 행정을 다짐하는 단체장들의 첫걸음에 박수소리가 요란하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하듯이 우리 풀뿌리 민주주의도 권위주의적 허례 허식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평가가 들린다. 일부에서는 '될성 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다르다'는 속담을 꺼내며 이들의 출발을 환영하고 있다.
이들은 취임식 후 결재를 시작한다. 신임 단체장들은 이구동성으로 부인하겠지만 논공행상이 사실상 시작되는 셈이다. 벌써부터 인사를 둘러싼 잡음과 특혜의혹이 꼬리를 물고 있다. 유권자의 눈에 띄는 취임식과 달리 결재는 밀실에서 이뤄지기 때문이다.
서운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하루의 취임식 뒤로 밀실의 4년이 시작된다. 취임식에 보내는 주민들의 박수에는 축하의 뜻만이 담겨 있는 게 아니다. 앞으로 4년 동안 밀실에서 이뤄질지 모르는 왜곡 행정과 정실 인사의 폐해를 감시하겠다는 준엄한 경고이기도 하다. 첫 발을 내딛는 단체장들이 임기가 끝나는 날까지 취임식 박수의 참뜻을 잊지 않기를 기대해본다.
사회부 이범구기자 gogum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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