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사유적인 반구대 암각화 인근에 들어설 예정인 ‘선사문화전시관’ 위치를 둘러싼 논쟁이 다시 일고 있다. 학계와 시민단체들은 현 예정지가 암각화 유적현장과 너무 가깝고 환경오염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으나 울산시는 강행할 태세이다.
울산시는 대표적인 선사유적인 반구대암각화(국보 285호)와 천전리각석(국보 147호)을 역사교육의 장으로 활용하기 위해 2002년부터 135억원을 들여 반구대암각화로부터 850여㎙ 떨어진 울주군 두동면 천전리 331의 1 일원에 선사문화전시관을 건립하기 위해 추진해왔다.
이에 대해 역사학자, 문화계 인사, 시민단체 관계자 등 100여명은 지난 5월 ‘반구대암각화 유적보존대책위원회’(공동위원장 변영섭ㆍ임세권)를 결성한데 이어 28일 서울 환경재단에서 대책위 발족식을 갖고 현 예정지에서의 전시관 건립을 반대하는 대시민 서명운동에 돌입했다.
반구대암각화는 높이 3㎙, 너비 10㎙의 절벽 암반에 육지동물과 바다동물, 사냥하는 장면 등 총 75종 200여점의 그림이 새겨진 세계적으로도 희귀한 선사시대 유적이다. 하지만 암각화는 1965년 사연댐 건설이후 연중 8개월 정도 물 속에 잠겨있어 자연 부식으로 보존상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
한국암각화학회와 한국미술사학회를 비롯한 역사, 고고학 관련학계는 선사문화전시관 예정지가 반구대암각화 유적으로 물이 흘러내리는 대곡천 상류에 위치, 수질오염으로 암각화에 직접 악영향을 줄뿐 아니라 전시관 관람객들에 의한 환경오염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줄곧 지적해왔다.
이에 따라 대책위는 전시관 위치를 기존 건립 예정지에서 1.3㎞ 떨어진 현재의 주차장 자리로 변경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수질 및 환경오염 가능성을 아예 없애고 사람의 손길이 닿는 시설물을 유적과 멀리 떨어진 곳에 설치해 선사인의 숨결과 선사적 분위기를 그대로 보존하자는 입장이다. 대책위는 “시가 학계와 문화계의 암각화 유적 보존노력을 무시한 채 전시관 착공을 서두르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전시관 위치뿐 아니라 건물 외관에 대한 비판도 지속 제기돼 왔다. 울산의 명물인 고래를 형상화한 전시관 설계모형이 반구대 주변 경관과 어울리지 않는데다 현대감각도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울산시는 학계 등의 전시관 위치 변경 요구에도 불구, 반구대 암각화 상류에 선사문화전시관 건립을 강행할 계획이다.
울산시 관계자는 “전시관 건립 예정지가 상수도보호구역이지만 도시계획법상 문화시설로 지정돼 법적 하자가 없으며, 10억여원을 들어 오수관로 공사를 추진할 계획이어서 수질오염 가능성도 없다”고 학계의 주장을 일축했다.
이와 관련, 유홍준 문화재청장은 3월 학계와 울산시의 견해차를 좁히기 위해 직접 중재에 나섰으나 합의도출에 실패했으며, 이 과정에서 당초 3월로 예정됐던 전시관 착공이 10월 이후로 미뤄진 상태다.
대책위 임세권(57ㆍ안동대 사학과 교수) 공동위원장은 “전시관 위치 변경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건립 무효화 운동을 벌이겠다”면서 “조만간 국회에 진정서를 제출하고, 9월중 반구대암각화의 중요성을 인식시키는 토론회를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울산=목상균기자 sgm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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