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연립정권이 소말리아 출신 여성 정치인 문제로 붕괴됐다. 얀 페터 발케넨데 총리는 29일 연정붕괴를 선언하고 곧 베아트리스 여왕에게 조기총선 여부를 묻는 절차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당초 내년 5월 예정이던 총선은 올 9월께로 당겨질 전망이다.
연정 붕괴의 중심에는 소말리아 출신 아이안 히르시 알리(36ㆍ사진) 전 의원 처리 문제가 있다. 5월 시작된 알리 사태는 리타 페어동크 이민장관과 정치권의 반응이 엇갈리면서 아무도 예상치 못한 결론으로 치달았다.
알리는 이슬람 원리주의에 거침없는 비판을 가해 ‘검은 잔다르크’로 알려진 인물이다. 1992년 집안이 강요한 결혼을 피해 네덜란드에 망명한 그는 2003년 집권 자유당 의원으로 정계에 진출했다. 2004년 11월 살해된 테어 반 고흐 감독의 이슬람 비판영화 ‘굴종(Submission)’의 시나리오를 써 더욱 유명해졌다.
이런 그가 망명 신청 당시 이름과 나이를 속인 사실이 지난 5월 드러나 반(反)이민 정서에 젖어 있던 네덜란드가 발칵 뒤집어졌다. 강경한 이민반대 정책을 선호해온 페어동크 장관은 이를 문제 삼아 알리의 시민권을 취소시켰다. 알리는 “집안 사람들이 뒤쫓아 올 것을 막기 위해서” 거짓말을 했다며 의원직을 내놓은 뒤 미국행을 선언했다.
그러자 불똥은 페어동크 장관으로 튀었다. 알리가 미국으로 갈 경우 이민사회 등에 미칠 파장을 우려한 정치권은 페어동크를 비난하며 장관 해임안을 추진했다. 29일 페어동크가 속한 자유당이 해임안을 부결시키자 연정 파트너인 D-66은 곧바로 연정 지지를 철회, 연정을 붕괴시켰다.
역풍에 놀란 페어동크 장관은 27일 시민권 취소를 철회했지만 알리는 아직 미국행을 번복하지 않고 있다. 각본 없는 드라마를 찍듯 두 여성 정치인의 처지가 불과 2개월 사이에 묘하게 교차하고 있다.
있다.이태규 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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