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의원들이 29일 국회에서 보기 드물게 한 목소리를 냈다. 바로 '기초자치단체장ㆍ기초의원 정당공천제 폐지를 위한 여야 국회의원모임'이다.
의원들은 "9월 정기국회에서 정당공천제 폐지를 관철시키자"고 했다. 21일 준비모임 때 여야 의원 42명이 모였으나 열흘도 안돼 107명으로 늘었다. 열기가 예사롭지 않다.
모임 간사인 열린우리당 이시종 의원은 "여야 지도부가 동조하지 않더라도 과반수 확보가 충분히 가능하다"고 기염을 토할 정도다. 5ㆍ31 지방선거에서 여당의 당비대납, 유령당원 문제, 야당의 공천헌금비리 등 폐해가 적지 않았으니 기초단체장ㆍ기초의원 정당공천제 폐지는 명분이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면서도 영 입맛은 개운치 않다. "왜 이제서야…"라는 물음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기초단체선거를 둘러싼 각종 공천비리, 특정 정당의 텃밭에서 이루어진 싹쓸이 투표, 그로 인한 지방행정과 의회 독식…등등. 이미 예상됐던 문제점들을 직접 보고서야 고치겠다는 것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와 다를 게 뭐 있냐는 생각이 든다.
시계를 1년 전으로 돌려보면 더욱 그렇다. 당시 국회 정치개혁특위는 여야 합의로 기초단체장ㆍ기초의원 정당공천제를 넣는 선거법 개정안을 상정했다. 물론 우리당 심재덕 의원 등 50여명이 이에 반발했으나 역부족이었다.
1년 전 여야 의원들이 정당공천제의 문제점을 몰랐을 리 없다. 정략적 이해에 기초한 당론에 충실히 따랐을 뿐이고, 좀더 음모적으로 본다면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의 공천권이 갖고 있는 매력을 버리기 싫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지금 정당공천제 폐지를 외치는 의원들의 모습에서 왠지 배불리 밥 먹고 난 후 다이어트를 하겠다는 뚱보가 연상된다.
정치부 정진황기자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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