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장에서 현대ㆍ기아자동차의 품질은 최고 수준에 올라섰으나, 소비자들이 주관적으로 평가하는 상품성에서는 평균 이하의 평가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현대ㆍ기아차가 미국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려면 품질 제고와 함께 브랜드 경쟁력을 높이는 강력한 마케팅 정책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29일 현대ㆍ기아차에 따르면 미국의 시장조사 전문업체인 J.D.파워가 최근 실시한 '2006 자동차 상품성 평가(APEAL)'에서 현대차의 아제라(국내 판매명 그랜저TG)가 대형 승용차 부문에서 상품성이 가장 높은 차종으로 선정됐다.
또 투스카니는 소형 스포티카 부문에서 2위를 차지했다. 최근 신차를 구입한 6만3,000여명의 미국 소비자들 대상으로 이뤄진 상품성 평가는 객관적인 품질 평가가 아닌 차량의 스타일과 안락성 등에 대한 주관적인 만족도를 측정한다.
그러나 일부 차종의 선전에도 불구, '현대(Hyundai)' 브랜드의 전반적인 상품성은 품질 경쟁력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브랜드에 대한 상품성 평가에서 현대차는 1,000점 만점에 764점을 얻어, 조사 대상 37개 브랜드 가운데 23위에 머물렀다. 1위와 2위를 차지한 포르쉐(859점)와 BMW(843점)에 뒤지는 것은 물론이고, 평균 점수(769점)에 비해서도 낮은 수준이다. '기아(Kia)' 브랜드의 상품성 점수도 733점에 머물러 34위를 기록했다.
상품성 분야에서의 현대ㆍ기아차의 저조한 성적은 이달 초 발표된 품질 평가와는 크게 차이가 나는 것이다. J.D.파워는 7일 내놓은 품질 조사에서는 전체 37개 브랜드 중 현대를 3위(102점ㆍ점수가 낮을수록 우수), 기아를 24위(136점)로 평가했다.
품질수준과 상품성의 괴리는 현대ㆍ기아차가 품질개선에도 불구, 미국 시장에서 활동한 기간이 짧아 소비자들이 현대ㆍ기아차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할 기회가 없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J.D.파워의 챈스 파커 제품평가 담당 이사는 "신차를 구입할 때 품질을 중시하는 소비자도 있지만, 상당수 소비자는 경미한 품질 결함을 감수하더라도 자신이 좋아하는 브랜드를 선택한다"고 설명했다. J.D.파워는 미국 소비자들로부터 높은 품질과 상품성을 인정 받은 이상적인 모델로 포르쉐 케이만과 렉서스 IS 250/IS, 스즈키 아에리오를 들었다.
경희사이버대 경영학과 이준엽 교수는 "현대ㆍ기아차는 우수한 품질에도 불구, 경쟁 업체에 비해 미국 시장에 본격 진입한 기간이 짧아 소비자와의 절대적인 접촉 기회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는 "품질 좋은 차를 만드는 것은 차를 많이 팔 수 있는 필요 조건일뿐 충분조건은 아니다"며 "현대ㆍ기아차가 품질에 걸맞는 가치를 인정받도록 하기 위한 별도의 마케팅 활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신차 구매고객에 대한 사후관리를 강화, 이들을 통한 구전 마케팅으로 현대차의 상품성을 높이는 방안 등을 제시했다.
조철환 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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