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삼 드시고 오래오래 사세요.”
납북된 김영남(45)씨가 상봉 둘째 날인 29일 어머니 최계월(82)씨에게 팔순상으로 28년 동안 못한 효도를 대신했다. 김씨는 이날 금강산호텔 2층에 마련된 별도의 방에서 최씨에게 ‘북한식 팔순상’을 대접했다. 팔순상에는 잉어, 털게, 신선로, 토종닭, 각종 과일과 떡이 푸짐하게 올라왔다.
최씨는 오후 1시40분께 아들 김씨가 오전에 선물한 휠체어를 타고 방으로 들어섰다. 김씨는 최씨가 방에 들어서자 직접 휠체어를 팔순상 쪽으로 밀고 가 최씨를 안아 자리에 앉혔다. 김씨는 최씨에게 “아들 때문에 고생 많이 했을텐데, 60돌 70돌도 제대로 못 차려드리고 해서 80돌을 준비했는데 마음에 들지 모르겠다”며 지난 세월을 사죄했다. 이어 북한산 백로술을 따르며 “어머니, 오래오래 건강하시고 80돌이 아니라 90돌, 100돌까지 건강하시라”고 말했다. 웃는 얼굴로 방에 들어섰던 최씨는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또다시 눈물을 쏟았다.
옆에서 지켜보던 손녀 은경(19)양은 손수건으로 연방 눈물을 훔쳤다. 며느리 박춘화(31)씨가 술을 한 잔 따른 뒤 부부는 “어머니 오래오래 사십시오”라며 큰 절을 올렸다. 손녀 은경양과 손자 철봉(7)군도 “할머니 장수하십시오”라고 말한 뒤 큰절을 했다.
김씨는 이어 어머니에게 선물을 건넸다. 먼저 90년 된 산삼을 선물하며 “건강하시라고 제가 마련한 산삼인데, 90년짜리야. 꼭 잡수시고 오래오래 사셔야 해”라고 말했다. 최씨가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눈물을 흘리자 김씨는 “됐어. 아버지 생각 말고”라며 다독였다.
김씨는 또 어머니에게 “마음에 드실지 모르겠다. 비단인데…”라며 비단 옷감 상자를 건넸고 옆에 있던 며느리 박씨는 “(옷을) 해 입으세요”라고 말했다. 은경양과 철봉군은 고려청자 기법으로 만든 도자기 세트를 전했다.
김씨가 어머니 최씨에게 “엄마 상이 마음에 들어? 좋아?”라고 묻자 “좋아 너무너무”라며 감격해 했다. 김씨는 ‘축 80돌’이라고 장식된 수박을 가리키며 “학이 날아 오르고 태양이 솟아 오르는 형상이야. 복이 온대”라고 설명했고, 잔뜩 멋을 낸 닭찜에 대해 “순수 조선 토종닭으로 했어”라고 말했다. 김씨는 “내가 못해드렸던 거 마음이라도 가벼워지라고…”라며 말끝을 흐렸다.
영자씨는 기념촬영을 끝마친 최씨가 휠체어로 옮겨 앉자 “아들이 준 휠체어를 타니 좋아”라고 묻자 최씨는 “편안하고 좋아”라며 흐르는 눈물을 닦았다. 이날 오전 개별상봉 때 김씨가 선물한 휠체어는 ‘Dr.K’라는 미국 브랜드였다. 김씨는 상봉 첫날 대한적십자사 공용 휠체어를 탄 어머니의 모습을 보고 누나 영자씨에게 “내가 휠체어를 하나 선물할 게”라고 말했다고 한다.
북측은 애초 김씨 가족의 공동중식을 5분 만 공개하겠다고 했지만 분위기가 화기애애해지면서 20분 이상 공개했다. 앞서 팔순상이 마련된 방에는 북측 관계자 20여 명이 드나들며 상차림을 준비했고 김씨가 상차림 위치를 바꾸라고 지시하는 모습도 보였다.
정상원 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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