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변을 허용하지 않았다. 월드컵이 전통 강호의 시대로 돌아갔다. ‘세계 축구의 질서가 무너졌다’고 표현해도 좋을 만큼 이변이 많았던 4년 전 한일 월드컵과 비교해보면 더욱 그렇다.
# 각국 프로리그 미리 끝내 선수들 컨디션 안정적… 유럽 강호들 '안방' 덕도
이번 독일 월드컵에서 이변이 연출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국제축구연맹(FIFA)이 월드컵의 질적 향상을 위해 각국 리그를 조기에 종결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FIFA는 각국 리그에 5월 15일까지 모든 일정을 마무리 짓도록 했고, 이로 인해 월드컵에 출전하는 선수들은 최소 3주간의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당연히 대부분의 선수들이 유럽 빅리그에서 뛰고 있는 전통적인 축구 강국들이 큰 이득을 봤다. 정규리그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등 숨돌릴 틈 없는 일정을 소화한 선수들은 3주간의 휴식으로 월드컵에서 정상적인 기량을 발휘할 수 있었다. FIFA 테크니컬스터디그룹(TSG)도 FIFA의 리그 조기 종료조치로 인해 선수들의 경기력이 크게 향상됐다고 분석했다.
4년 전 한일월드컵 때는 장마철이 오기 전에 대회를 마치기 위해 평소보다 대회 개막 시기를 10일 정도 앞당겼다. 이 때문에 피로가 쌓인 유럽 빅리그 선수들이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고, 화려한 선수구성을 자랑하는 강팀이 초반에 탈락하는 이변이 속출했다. 세 경기에서 단 한 골도 넣지 못한 프랑스, 미국과 한국에게 연패한 포르투갈 등이 대표적이다.
한일월드컵 때는 선수 개개인의 기술이 떨어지는 팀들이 조직력과 체력을 앞세워 이변을 많이 연출했다. 그러나 이번 월드컵에서는 선수 개개인의 ‘기술력 차이’가 승부로 직결되고 있다. FIFA의 리그 조기 마감조치가 결국 ‘변방’들이 강팀의 약점을 파고 들 수 있는 기회를 없앤 셈이다.
대회가 유럽에서 열리고 있다는 점도 전통의 축구 강국들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게 작용했다. 8강에 진출한 나라의 선수 대부분은 유럽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다. 이들에게 독일은 ‘안방’이나 다름없다. 한국, 일본, 사우디아라비아 등 자국 리그 선수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팀들이 유럽 팀들에게 고전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다.
김정민 기자 goavs@hk.c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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