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브라함 링컨, 베토벤, 슈만, 톨스토이, 뉴턴, 헤밍웨이, 미켈란젤로, 리스트, 윈스턴 처칠, 슈베르트, 찰스 디킨스, 바이런, 헤르만 헤세, 빅토르 휴고, 쇼팽, 차이코프스키, 고갱, 입생로랑, 모차르트, 말러, 마틴 루터, 빈센트 반 고흐.
역사적인 위인들의 명단입니다. 그야말로 위대한 정치가, 음악가, 미술가, 작가들의 이름이죠. 그런데 제가 이 명단을 발견한 것은 세계 각국의 정신질환자 자조(自助, self-help) 모임에서 발행한 교육 및 홍보 자료에서였습니다. 이 자료에는 이 명단이 ‘정신질환을 가지고 있으며,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만든 사람들’이라는 제목으로 소개되고 있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한참 전에도 ‘천재들의 광기’라는 책에서 이와 비슷한 명단을 보았던 것 같습니다. 위대한 예술 작품만큼이나 파란만장했던 예술가들의 삶 속에서 조울증, 우울증, 정신증과 같은 정신질환을 짐작해보았던 존스 홉킨스 대학의 케이 재미슨 교수의 저서였습니다.
이러한 명단은 정신질환을 극복하고 위대한 업적을 남긴 표본으로서 사람들에게 ‘그들과 같이 나도 극복할 수 있다’는 용기와 희망을 주고자하는 것이죠. 하지만 오늘은 이것을 조금 다른 측면에서 들여다보겠습니다.
이들은 요즘처럼 효과적인 정신질환 치료법이 널리 사용되기 이전의 사람들이기 때문에 정신질환을 효과적으로 치료 받지 못했을 것입니다. 실제로 이들 중 대부분이 격정적인 삶을 살다가 결코 행복하다고 할 수 없는 말년을 맞이했지요. 그들의 업적은 어쩌면 ‘광기’보다는 ‘천재성’에 더 기인한 것이 아닌가도 생각해봅니다.
만일, 이들이 요즘처럼 제대로 된 치료를 받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혹자는 ‘조울증 치료제나 항우울제가 쓰이고 나서 과거와 같은 걸작과 위대한 예술가의 출현이 줄었다’라고까지 말하기도 하나, 이것은 지극히 위험한 발상입니다.
저는 이에 대한 해답의 실마리를 테드 터너 전 CNN 회장의 예로 찾고자 합니다. 이 분은 조울증을 앓았으며, 영화배우인 제인 폰다와 결혼 한 후 이 현명한 부인에 이끌려 정신과를 찾아 리튬이라는 조울증 치료제를 복용하게 되었습니다. CNN이 지금과 같은 영향력을 가진 위대한 기업이 된 것은 바로 이 치료 이후이며 테드 터너 회장의 넘치는 에너지, 추진력과 함께 적절한 치료의 조화가 낳은 결과라고 평가되고 있습니다.
마음의 병을 경험하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경험하지 못하는 감성적 영역을 넘나들고, 남다른 열정과 에너지를 발휘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것은 분명히 그 사람이 살아가면서 큰 장점으로 발휘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반드시 도움이 필요합니다. 주변에 좋은 조력자를 잃지 않아야 하고, 병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적절한 치료가 필요한 것입니다.
저는 정신과 의사이지만, 어디서부터를 ‘병’이라고 선을 그어야 할 지 결정 내리지 못하는 때가 종종 있습니다. 다만, 병이냐 아니냐를 따지지 않고 제 진료실을 찾는 분들의 좋은 조력자가 되어 이분들과 가족들의 삶이 풍요로워지는 것을 볼 때 더할 나위 없는 보람을 느낍니다. 이것이 마음의 병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마지막 조언입니다. 부디 좋은 조력자를 만나시기 바랍니다.
성대의대 삼성서울병원 정신과 교수 윤세창
*‘마음건강365’는 이번 회를 마지막으로 연재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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