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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남씨 모자 28년 만에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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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남씨 모자 28년 만에 만났다

입력
2006.06.29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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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나 맞아. 막내 맞아. 막내아들이 이제 효도 좀 할게.”

28년 전 전북 군산의 선유도 해수욕장에서 납북됐던 김영남(45)씨는 눈물을 속으로 삼켰다. 어머니 최계월(82)씨가 김씨의 뺨을 비비며 “아유, 우리 아들…아유 우리 아들”이라며 오열했지만 김씨는 “이 좋은 날 왜 우느냐”며 다독였다.

28일 오후 금강산호텔에서 진행된 제14차 이산가족 특별상봉 행사에 나온 김씨는 오후 2시40분부터 호텔 2층의 별도 상봉장에서 어머니를 기다렸다. 요코다 메구미씨 사망 후 재혼한 부인 박춘화(31)씨와 아들 철봉(7)군, 그리고 메구미씨의 딸 은경(혜경ㆍ19)양이 곁에 서 있었다.

오후 3시 최씨가 휠체어에 앉아 딸 영자(48)씨와 함께 상봉장에 들어서자 김씨와 가족들은 허리를 굽혀 인사를 했고, 최 씨는 아들을 껴안고 얼굴을 부비며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최씨가 “어디 보자”며 28년간 생사를 몰랐던 아들의 얼굴을 확인하자 김씨는 “엄마, 나 맞아. 막내 맞아”라고 말했다.

김씨는 “건강하신 모습을 보니 좋구만, 기쁘구만”이라며 여유를 보였고, 누나 영자씨는 “어릴 때와 너무 똑같아. 머리카락도, 목소리도…”라며 눈물을 쏟았다. 김씨는 “이제 죽어도 한이 없다”는 어머니 말에 “오래오래 사셔야지. 막내아들이 이제 효도 좀 할게”라고 위로했다. 이어 영자씨를 껴안으며 “누나 보고 싶었어”라고 응석 부리듯 인사했다. 김씨는 이어 “나름대로 편하게 편안하게 잘 살고 있다. 큰 평수에서 잘 살고 있다”고 말했다.

영자씨는 조카 은경 양에게 “TV로 많이 봤다”며 인사를 건넸고 철봉군의 머리를 만지면서 “너네 아버지 어렸을 때 두상이랑 똑같다”고 말했다. 아버지와 할머니의 상봉을 지켜보던 은경 양은 연신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쳤고 며느리 박 씨와 철봉군도 울음을 그치지 못했다.

양복 차림에 건장한 체격의 김씨는 혈색도 좋은 편이었다. 그는 어머니에게 “막내아들 걱정 많이 했을 텐데, 불효 막심한 아들이 절 드리겠다”며 큰 절을 올렸다. 이어 부인 박씨가 “평양며느리 절 받으세요”라면서 절을 올렸고, 은경 양과 철봉 군도 차례로 절을 했다.

김씨 가족은 저녁 7시부터 2시간 동안 진행된 만찬상봉에서 다시 해후의 기쁨을 만끽했다. 김씨는 영자씨가 “엄마가 춤이라도 추고 싶데”라고 말하자 “엄마 표정도 좋아서…춤은 후에 와서 추고”라며 웃었다. 그가 “엄마, 혈압 높아”라며 어머니의 건강상태에 각별한 관심을 보이자, 최씨는 “높아, 너 봤으니 죽어도 돼”라며 아들의 손을 꼭 잡았다. 영자씨가 귀속말로 “이렇게 사는 거 괜찮아”라고 묻자 김씨는 “괜찮아”라고 답했다.

정상원 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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