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일 고위공무원단 제도 시행을 앞두고 공직사회가 뒤숭숭하다. 60년 철밥통이 정말로 깨질지, 아니면 무늬만 요란한 찻잔 속 태풍이 될 지 관망하면서, 공무원들은 자신의 생존전략에 골몰하고 있다. 동종(同種)교배 보다는 이종(異種)교배가 경쟁력 있는 진화를 낳는다는 점엔 동의하지만, 그래도 자신들의 기득권과 관련된 문제라 별로 제도 자체가 달갑지 만은 않은 눈치다.
우선 고민스런 쪽은 각 부처다. 50%(부처자율)-30%(공모직위)-20%(개방직) 자리선정부터 눈치를 봐야 했다. 대부분 부처가 중요도 낮은 자리를 공모ㆍ개방 대상으로 내놓았지만, 재정경제부는 국제업무정책관 금융정책국장 등 비중 높은 자리를 ‘시장’에 내놓았다. “재경부 고유업무에 해당하는 주요직은 외부에서 적임자를 찾기 어려워 결국은 재경부 출신이 다시 맡게 될 것”이란 일종의 ‘역발상’이다. 외교부의 경우 ‘고위공무원단 제도를 외면할 수 없다’는 당위론과 ‘외교를 비외교관에게 맡길 수는 없는 것 아니냐’는 현실론 사이에서 여전히 고민하는 상태다.
각 공무원들도 눈치보기는 마찬가지다. A국장은 “출신부처에 남을지 타 부처에 공모할지, 아예 해외근무를 나가서 사태를 지켜보는 것이 나을 지 잘 선택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B국장은 “과거엔 1급은 1년이 지나면 옷을 벗는 게 관례였지만 이젠 신분보장이 되기 때문에 오히려 공무원을 오래 할 수 있는 측면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C국장은 “한 때 부하로 데리고 있던 후배를 직속상관으로 모실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면 당장 사표를 쓰고 싶지만, 옛날처럼 밖으로 나갈 자리도 마땅치 않아 고민”이라고 토로했다.
소속부처에 따라 희비도 엇갈리는 편이다. 기획예산처나 재경부처럼 힘도 있고 조정업무를 맡았던 부처소속 공무원들은 타 부처에 공모해도 ‘합격 확률’이 높아 오히려 선택폭이 넓어지는 측면도 있다. 다른 부처는 역으로 이 부분이 걱정스러운 대목이다. 사회부처 간부 D씨는 “부처간 교류 때도 재경부와 기획처 출신들이 자리를 독식했는데 이번에도 힘(예산권)으로 밀고 들어올 경우 우리는 막아낼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고위공무원단 제도의 장래에 대해서도 전망은 엇갈린다. 하나는 1~3급 직급이 없어지고 부처간 및 민관간 인사장벽이 허물어지면, 그래서 계급주의와 순혈주의가 깨지기 시작하면 우리나라 관료제도는 근본적으로 바뀔 수 밖에 없다는 시각이다. E국장은 “군에서 별의 개수가 없어져 사단장이 군단장이 되고 군단장이 사단장을 되는 모습을 상상해보라”며 “군 정도는 아니겠지만 일반부처에도 계급이 없어진다는 것은 큰 충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과거에도 개방직 제도가 결국은 ‘공무원 잔치’로 끝났고, 부처간 인사교류 역시 시행 1~2년만에 ‘원위치’됐던 전례를 감안할 때 고위공무원단 제도도 큰 알맹이는 없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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