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ㆍ기아자동차 그룹은 정몽구 그룹 회장이 28일 보석으로 풀려나자 정 회장의 구속 이후 차질을 빚었던 국내외 투자 계획이 재추진되고, 각종 현안에 대한 의사결정도 신속히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정 회장이 이번 석방에도 불구, 당분간 서울 양재동 그룹 사옥에 정상 출근하기 까지는 최소 일주일 이상의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그룹측은 예상하고 있다. 법원이 보석을 허가한 주요 이유 중 하나가 정 회장의 건강 악화인데다가, 실제로 옥중 생활로 건강이 극도로 나빠져 당분간 병원에 머물 수밖에 없다는 것. 정 회장이 이날 서울 구치소에서 나온 후 신촌 세브란스 병원으로 직행한 것도 이 같은 사정을 감안한 것이다.
그러나 일에 몰두하는 정 회장의 성격상 퇴원 시점이 예상보다 훨씬 빨라질 가능성이 높다. 설사 조기 퇴원이 불가능하더라도 정 회장은 병상에 누워 시급한 현안에 대한 보고를 받고, 어떤 식으로든 의사 결정을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ㆍ기아차 주변에서는 정 회장이 가장 먼저 챙길 현안으로 해외 공장 건설 등 글로벌 투자 프로젝트를 꼽고 있다. 현대차 체코공장 건설과 기아차 미국 조지아주 공장 등에 대한 내용을 보고 받은 뒤, 구속 이후 전면 중단됐던 해외 공장 건설 사업들을 다시 진행시킬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 현대차 사태 이후 미국, 중국, 러시아 등지에서 토요타와 혼다 등 일본 업체의 거센 공세로 흔들리고 있는 해외 판매망 등을 다시 추스리는데도 역점을 둘 전망이다.
국내 시장에서는 신형 아반떼 등 신차 판매를 독려하는 일부터 챙길 것으로 보인다. 또 당초 9월로 잡혔다가 내년 이후로 연기된 신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인 ‘EN’의 조기 출시에도 적극 관여할 것이란 지적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총수의 경영 복귀를 계기로 국내 판매조직의 사기가 올라갈 경우 50% 이하로 떨어진 내수 시장 점유율이 다시 예전 수준까지 올라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현재 부분파업에 들어간 현대차 노조와의 교섭에도 적극 나서 원만한 사태해결에 주력할 것으로도 예상된다.
정 회장이 시급한 현안을 해결한 뒤에는 현대차 사태를 초래한 근본 원인에 대한 해결책을 찾는 작업에 나설 것으로 그룹안팎에서는 내다보고 있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취약한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작업은 물론이고, 이미 발표한 1조원 상당의 글로비스 주식을 사회에 환원하는 구체적인 방법을 내놓을 것이란 분석이다. 특히 지배구조 개선과 관련, 1차적으로는 정 회장 스스로 무한 책임을 지겠지만 사태가 최악으로 치닫는데도 적절한 해법을 찾지 못한 일부 참모들에 대해서는 대대적인 인사 쇄신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아 임원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한편 현대ㆍ기아차 직원들은 이날 오후 정 회장의 석방 방침이 알려지자 부서별로 정 회장에 대한 보고 자료를 준비하는 등 모처럼 활기를 되찾는 모습이었다. 현대ㆍ기아차는 ‘정 회장 보석에 따른 현대차 입장’이라는 자료를 발표, “법원 결정에 감사드리고 향후 재판에 성실히 임할 것이며, (정 회장의) 건강악화를 추스리고 투명한 기업경영과 경제활성화에 이바지하겠다”고 밝혔다.
조철환 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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