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탈세와의 전쟁에 나선다. 천정배 법무부 장관의 강력한 의지가 실려 있어 기업과 고소득 자영업자에 만연한 탈세가 뿌리 뽑힐지 주목된다.
천 장관은 28일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탈세는 회계부정이나 횡령, 뇌물 등 다른 범죄와 연결되는 기업비리의 원천이자 지하경제 확산의 주범인 중대한 반사회적 범죄”라며 “앞으로 검찰의 수사역량을 집중해 탈세사범을 엄정 대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탈세 문제가 어제 오늘의 문제는 아닌 데다, 국세청이 아닌 법무부가 먼저 나서 엄단 방침을 밝힌 것은 다소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탈세와의 전쟁은 천 장관이 줄곧 강조해온 화이트칼라 범죄 척결 의지의 일환으로 이해할 수 있다. 천 장관은 이에 대해 “탈세야말로 공정한 경쟁의 룰을 해치고 자유시장 경제질서를 교란하는 반사회적 범죄이므로 이를 뿌리뽑지 않고는 화이트칼라 범죄 척결은 요원하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법무부가 시장의 규칙을 만들고 운용하는 ‘경제부처’ 역할도 해야 한다는 평소 천 장관의 인식이 법무부가 탈세와의 전쟁에 먼저 나선 배경이 됐다.
천 장관은 간담회에서 “자영업자들은 자기 소득의 절반만 신고해도 애국자란 소리를 들을 정도”라고 했다. 한마디로 조세후진국이라는 얘기다. 이는 탈세에 대한 법 집행기관과 사법부의 온정적인 태도와도 관련이 깊다.
지난해 검찰의 조세사건 불기소율은 72.3%에 달해 전체 사건 불기소율 48.5%보다 크게 높았다. 법원도 2003~2004년 2년간 탈세사범의 52%에 대해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미국의 경우 지난해 조세범 평균 선고형량이 징역 28개월이었다.
법무부는 우선 탈세 범죄에 수사력을 집중하기 위해 이르면 9월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사부를 금융조세조사 1ㆍ2부 체제로 전환, 1부에서 탈세사범 수사를 전담하도록 할 방침이다.
중장기적으로는 현행 조세범처벌법의 체계를 획기적으로 바꾸는 방안이 추진된다. 현재는 자영업자가 10억원의 수입을 아예 장부에 기재하지 않고 신고를 누락한 경우 세금만 내면 처벌 받지 않고, 가짜 경비를 지출한 것처럼 장부를 조작하는 경우에만 처벌을 받는다. 현행법이 탈세를 하더라도 사후추징을 통해 국고에 끼친 손해가 회복되기만 하면 형사적으로 크게 문제 삼지 않는 ‘국고주의(國庫主義)’를 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천 장관은 “앞으론 사후 세금납부 여부와 관계없이 엄정한 형사책임을 묻는 선진국형 ‘책임주의(責任主義)’로 바꿔 탈세를 예방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조세 관련 법령은 재정경제부나 국세청 등 여러 기관이 관련돼 있어 천 장관의 의지만으로는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 더구나 고소득 자영업자의 소득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데도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김영화 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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