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배 법무부 장관이 취임 1주년을 맞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1년간의 소회를 가감없이 털어놓았다. 그 중에서도 그는 지난해 강정구 교수 구속영장 청구를 놓고 빚어진 검찰과의 수사지휘권 갈등을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으로 꼽았다. 그러면서 아쉬움이 담긴 듯 김 전 총장 얘기를 먼저 꺼냈다. 그는 김 전 총장이 사퇴한 이후 여러 차례 공석에서 만났지만 의례적 인사만 했을 뿐 당시 상황을 화제 삼아 얘기해본 적은 없다고 했다.
그 때문인지 천 장관은 “앞으론 구체적 사건에 대해서는 가급적 간섭을 하지 않겠다”고 했다. 정의선 기아차 사장을 검찰이 불기소 처분한 데 대한 의견을 묻자 “외청(검찰을 가리킴)은 독립적 기관이고, 검찰총장도 장관급이어서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없다”며 “꼭 현대차를 두고 하는 말은 아니지만 검찰이 스스로 판단해 불구속한다는데 구속하라고 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구치소 여성재소자 성추행 사건은 인권 변호사였던 그의 자존심에 금이 가게 한 사건이었다고 했다. 천 장관은 “법무부 대응이 늦었다는 건 인정한다”면서도 “교정공무원에게 스스로 대처할 수 있는 기회와 시간을 주려다 그렇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1년 동안 잘했다고 생각한 부분이 뭐냐는 질문에 그는 “사실 구치소와 교도소에서 월드컵 시청하게 된 것도 내가 있어서 가능했던 것 아니냐”고 웃으면서 말했다. 검찰이 과거사 재심사건에 대해 전향적 태도로 바뀐 데 대해서도 자부심을 드러냈다. 검찰은 최근 조작간첩 사건으로 옥살이를 한 강희철씨가 낸 재심청구가 제주지법에서 받아들여지는 데 적지 않은 기여를 했다.
천 장관은 정치권 복귀 시기를 묻자 “현존임명(現存任命)이라는 현대판 사자성어가 있다. 현재 있는 자리에서 목숨을 걸라는 뜻이다. 1년이 지난 저의 마음하고 비슷하다”고 답했다. 하지만 “저의 복귀시점이 5ㆍ31 지방선거 전이냐 후냐를 놓고 얘기들이 많았다는 것도 안다. 여러 조건을 고려해서 결정하겠으나 현재로선 결정 내린 것이 없다”며 여운을 남겼다. 그는 간담회가 끝난 뒤 오찬 자리에서는 “내년까지야 (법무장관직에) 있겠느냐”고 말했다.
김영화 기자 yaah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