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공립 유치원과 초등학교의 급식에 감탄한 기억이 있다. 잘 사는 나라지만 평균적 중산층 가정보다 질 좋고 다양한 메뉴를 직접 조리해 제공하는 것은 놀라웠다. 단지 국가 방침이 그렇다는 게 아니라 학부모들의 평가도 그랬다.
그 것도 급식과 보육비는 소득에 따라 차등을 두고 관할구청에서 받으면서, 부모가 일하는 형편에 따라 아침과 저녁까지 챙겨주고 있었다. 자라는 세대의 건강과 직결된 유치원과 학교 급식을 교육과 마찬가지로 국가 백년대계로 여기는 사회적 합의가 급식제도의 바탕이라고 했다.
■ 그곳 유치원과 초등학교를 잠시 다닌 우리 아이들은 지금껏 그 시절 급식 메뉴를 그리워한다. 입맛도 순진한 때의 기억을 기준으로 삼는 것은 무리가 있지만, 요즘 한국에도 늘어난 독일 음식점도 그만 못하다고 말한다.
이곳에서 민간 위탁업체의 급식을 오래 먹은 경험이 어릴 적 기억을 한층 군침 돌게 만드는 듯하다. 웃어 넘기지만, 독일에서 흔치 않은 사립 유치원에 아이를 맡긴 부모가 외부에서 조리한 도시락을 데워주기만 하는 것에 불평하던 기억이 새롭다.
■ 이처럼 공립이 사립, 이를테면 국가주도가 시장경쟁보다 앞설 수 있는 배경은 물론 국가와 사회의 막대한 비용 부담이다. 그래서 유럽 복지국가의 교육과 국가경쟁력이 뒤떨어지지 않느냐고 반문하는 이가 있을 법하다. 교육이든 뭐든 시장원리가 지배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목소리가 유난히 크게 울리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경제전문가뿐 아니라 이른바 교육 소비자인 학부모들도 자유경쟁을 막는 것을 흔히 원망한다. 이런 인식으로는 언뜻 시장경쟁에 내맡긴 우리 학교급식이 파탄 위기에 이른 근본을 헤아리긴 힘들 듯하다.
■ 우리 학교급식은 이념과 철학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 시장경쟁과도 사실 거리 멀다. 급식업체가 애초 위탁 경쟁을 하지만, 고정된 단가로 계속 공급하니 시장원리가 작동할 여지가 없다. 자녀에게 피자 값은 선뜻 내주는 학부모들도 급식비 인상에는 반발한다. 그렇다고 학교가 시설투자비를 떠안고 직영으로 전환하기도 쉽지 않다.
이처럼 국가도 시장도 제대로 개입하지 않는 학교급식이 아이들의 건강까지 위협하는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 이런 현실에서 위탁이니 직영이니 논란하고, 위생관리 강화를 다짐하는 것은 변죽만 울리는 것이다. 학교급식은 국가와 사회가 책임지고 떠맡아야 할 공공서비스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강병태 논설위원 bt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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