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하반기 자동차 업계의 최대 격전장은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분야가 될 전망이다. 또 고유가 시대를 맞아 가솔린 승용차를 압도하는 높은 연료 효율로 새삼 각광을 받고 있는 디젤 차량 분야에서의 업체간 연구개발(R&D)과 출시 경쟁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에너지세제 개편으로 최근 2년간 경유가격 급등으로 침체 상태에 빠졌던 SUV 시장이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특히 GM대우차의 공격적인 신차 출시와 이에 맞선 현대ㆍ기아차의 맞대응 양상이다.
올들어 내수시장 공략을 본격 선언한 GM대우가 대규모 신차 발표회와 함께 윈스톰을 출시하자, 현대ㆍ기아차가 SUV를 최고 250만원까지 깎아 파는 등 방어전을 펼치고 있다. 다음달부터 고객에 실제로 인도되는 GM대우의 사전계약 단계인데도 불구, 돌풍을 예고하고 있다.
28일 현재 사전계약을 통해 약 2,800대 정도가 계약됐는데 대부분 7인승에 집중됐다. 그동안 공백 상태였던 7인승 2,000㏄급 SUV에 대한 소비자들의 호응이 높은 데다 신차 효과가 더해져 윈스톰이 인기를 끄는 것으로 분석된다.
게다가 3월 부평공장을 방문한 GM의 릭 왜고너 회장이 시승한 뒤 "한국을 비롯한 세계시장에서 GM의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데 크게 공헌할 것"이라고 극찬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영업소를 방문하는 고객이 늘고 있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가격은 현대 싼타페와 기아 스포티지의 중간 수준인 1,977만∼2,938만원이다. 이에 앞서 쌍용차도 4월말 액티언스포츠를 출시한 상태이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대규모 할인으로 맞서고 있다. 현대차는 싼타페 가격을 200만원까지 깎아 줄 예정이다. 2월과 3월에 생산된 재고의 경우 150만원을 깎아준 뒤 재구매(20만원), 현대카드 M포인트(30만원) 등을 더하면 200만원까지 할인이 가능하다. 투싼은 최대 190만원까지 싸게 살 수 있다. 기아차도 쏘렌토에 대해 기본할인 100만원에 전시차 할인(20만원), 재구매와 현대카드 M포인트 할인 등을 합해 190만원까지 가격을 낮춘 조건을 내걸었다.
업계 관계자는 "SUV가 승용차 내수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2004년 30.6%에서 올 4월에는 20.5%까지 추락했다"며 "여름 성수기를 앞두고 신형 SUV가 출시되고 가격 할인 경쟁이 벌어지면서 SUV 시장이 점차 회복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SUV 경쟁이 6개월 승부라면 3~4년을 좌우할 경쟁은 디젤차 분야에서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자동차 시장조사 전문업체인 J.D. 파워는 향후 10년간 세계 시장에서 디젤차 비중이 두 배 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데, 아시아에서는 한국을 디젤차의 핵심 시장으로 분류하고 있다. 디젤은 가솔린에 비해 연료 효율이 최고 40% 좋다.
이에 따라 르노삼성, 현대ㆍ기아차, GM대우는 물론 주요 수입차 업체 모두 최신 디젤 차량을 한국에 내놓고 있다. GM대우는 유로Ⅳ 대기가스 기준을 만족시키는 2,000㏄급 커먼레일 디젤엔진을 개발, 지난달 9일부터 군산공장 인근에 위치한 디젤엔진 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다. 이 공장에서 만들어진 디젤엔진은 윈스톰에 사용될 뿐만 아니라, 전세계 GM공장에도 공급된다.
현대차도 최근 출시한 신형 아반떼 라인업에 'U-1.6 VGT'엔진을 장착한 디젤 차량을 포함시켰다. 아반떼 디젤의 연비는 국내 전 차종 중 최고인 21.0㎞/l이다. 르노삼성도 '뉴 SM3' 디젤 버전을 선보여 호평을 받고 있다.
수입차 업계도 디젤차로 한국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지난해 푸조607 2.7HDi 등 6종류에 그쳤던 디젤 승용차는 올 들어서만 폭스바겐 파사트 2.0TDI 등 11종이 새로 출시되는 등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GM코리아도 최근 사브 9-3 스포츠세단 디젤을 출시하며 국내 디젤승용차 시장에 뛰어들었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수입 디젤차는 가솔린차에 비해 연비 장점에다 성능도 손색이 없어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며 "이 같은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조철환 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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