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강명석의 TV홀릭] 돌아온 '실장님'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강명석의 TV홀릭] 돌아온 '실장님'들

입력
2006.06.28 00:03
0 0

과거 TV 트렌디 드라마의 남자 주인공은 한결같이 ‘실장님’이었다. 재벌 2세거나 그에 준하는 부를 가진 이들이 평범한 여자와 사랑에 빠지는 것이 트렌디물의 주된 스토리였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직업군이 다양해지자 한동안 뜸하던 ‘실장님’들이 요즘 안방극장에 대거 돌아왔다.

MBC ‘불꽃놀이’의 인재(강지환), SBS ‘스마일어게인’(사진)의 재명(이진욱), KBS ‘미스터 굿바이’의 현서(안재욱)가 그들. 그리고 이 드라마들은 이들과 평범한 여자를 연결하기 위해 일반 회사의 인사체계를 완전히 무시한다.

‘불꽃놀이’에서는 나라(한채영)와 인재를 가깝게 만들려는 부회장의 욕심에 경험도 없는 나라가 매장 매니저가 되고, ‘미스터 굿바이’에서는 현서가 영인(이보영)을 대놓고 ‘낙하산’이라 부르며 호텔 컨시어지로 채용한다. 이런 황당한 인사는 이야기를 쉽게 풀기 위한 선택이다. 남녀 주인공을 한 공간에 넣어 갖가지 사건을 일으켜야 신분 상승을 매개로 한 극적 스토리 전개가 쉽기 때문이다.

최근 평범한 사람들의 현실적인 일상을 잔잔하게 다룬 SBS ‘연애시대’ 등이 마니아들의 열렬한 지지에도 불구하고 시청률은 그리 높지 않았으니, 과거 히트 트렌디 드라마의 설정 반복은 상업적 선택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드라마들은 과거의 공식을 답습할 뿐 요즘 시청자의 요구는 반영하지 못한다. MBC ‘내 이름은 김삼순’은 재벌2세와 평범한 여자의 사랑을 그리면서도 취업 고민을 하는 30대 여성의 평범한 일상과 ‘파티셰’라는 직업의 충실한 묘사로 공감을 얻었다. 반면 요즘 트렌디물은 이런 직업적 디테일을 완전히 무시한다.

‘불꽃놀이’의 나라는 인재와의 몇마디 대화를 통해 신제품 개발 기획을 하고, ‘스마일 어게인’의 하진(이동건)은 천부적인 후각을 지녔다는 이유로 바로 조향사로 발탁된다. 그러면서 ‘김삼순’을 따라 한 듯 여주인공을 남자에게 배신 당한 30대 노처녀로 설정하고(불꽃놀이), 여주인공을 ‘복자’라고 부르는 것(미스터 굿바이)은 보기에도 안쓰러울 뿐이다.

대중은 여전히 실장님과 평범한 여성의 사랑을 좋아할 수 있다. 하지만 대중은 이제 그 이야기를 현실이라고 느낄 수 있을 만큼 사실적인 묘사를 함께 원한다. 충실한 사전조사 없이 간접광고(PPL) 업체에 따라 주인공의 직업이 바뀌는 드라마들이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강명석 lennonej@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