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그룹이 창사 이래 최대의 위기에 직면했다.
CJ푸드시스템의 학교 단체 급식사고가 그룹 이미지 실추 및 매출감소 등 일파만파의 파장을 가져오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계열사 제품의 매출이 줄어들고 있고, 활빈단 등 일부 시민단체는 불매운동에 돌입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그룹측을 긴장시키고 있다.
탄탄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공격적으로 전개해온 기업 인수합병(M&A) 가도에도 빨간 불이 켜졌다는 지적이다. 이번 사태 수습을 위해 진두지휘해야 할 이재현 그룹회장은 장기간 해외 출장, 여론의 도마위에 올라있다.
국내 최대의 식품 재벌인 CJ는 삼성그룹 최초의 제조업인 제일제당이 모태로, 1991년 식품업계 최초로 매출액 1조원을 달성했다. 93년 삼성그룹에서 계열분리한데 이어 94년부터 외식, 단체급식사업에 뛰어들어 삼성에버랜드에 이어 시장점유율 2위를 기록중이다. 95년에는 미국 헐리우드에 진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과 함께 드림웍스를 설립하는 등 엔터테인먼트 사업에도 진출했다.
하지만 계열사의 50% 이상이 식음료와 관련이 있을 정도로 식품재벌의 이미지가 크다. 그룹 매출액 5조4,500억원(지난해)에 비하면 CJ푸드시스템의 매출액(6,183억원)은 크지 않지만, 이번 급식 사고가 그룹에 미치는 악영향이 막대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2000년 이후 CJ가 인수한 푸드빌, 푸드시스템, 삼양유지, 해찬들 등 대다수 회사도 식품 관련기업이다.
가장 큰 타격은 계열사 제품의 매출 감소. 단체 급식사고가 처음 알려진 22일 이후 그 계열사의 제품 판매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실제로 사고발생 이후 지난 주말 백화점과 할인점 식품매장에서 스팸, 햇반, 다시다 등 CJ계열사 제품의 매출이 10~15% 감소했다.
CJ측의 한발 늦은 늑장대응으로 인해 기업 이미지도 떨어지고 있다. CJ푸드시스템 이창근 대표가 26일 기자회견을 통해 학교급식철수를 발표한 것은 사건이 발생한 이후 열흘이 지난 뒤였다. 이 대표는 "적지 않은 손실을 감수하고 학교 급식사업에서 손떼겠다"고 발표했지만, 이미 커질 대로 커진 국민들의 불신을 가라앉히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게 중론이다.
일부에선 CJ그룹측이 기업 급식사업에 비해 수익성이 떨어지는 학교 급식사업을 이번 기회에 떼내고, 2만여명의 직원을 거느린 협력 및 납품업체를 대폭 정리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마저 제기하고 있다.
이 회장이 언제 돌아와 CJ푸드시스템이 발표한 것 이상의 대책을 내놓을지도 관심거리다. CJ 관계자는 이와 관련, "이 회장의 귀국 일정에 대해서는 별다른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며 "그룹에서 추가적인 대책을 내놓을 지 여부는 현재로선 결정된 것은 없다"고 해명했다.
한창만 기자 cmha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