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추진을 위한 ‘정부 합동 한ㆍ미 FTA 2차 공청회’가 27일 서울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렸으나 한ㆍ미FTA저지 범국민운동본부 등 시민단체 등의 거센 반발로 파행으로 치달았다. 이에 따라 다음 달 10일부터 닷새간으로 서울에서 열릴 한ㆍ미 FTA 2차 본 협상에 임하는 정부 협상단은 더 커다란 부담을 안게 됐다.
이날 공청회는 시작부터 고성과 막말이 오가는 한마디로 난장판이었다. 범국민운동본부 소속 시민 400여명은 이날 김종훈 한ㆍ미 FTA 우리측수석대표가 개회사를 낭독하던 도중 “여론을 무시한 FTA는 결사 반대한다”면서 연설을 막고 단상에 올라‘한ㆍ미 FTA 저지’라고 쓰인 플랜카드를 내건 채 공청회 진행을 가로막았다.
김상권 전국농민회총연맹 경북도연맹 사무처장은 김 대표를 향해 “당신이 농민을 죽이는 쌀 협상을 주도하지 않았느냐”고 거세게 항의했고, 김 대표는 “내가 아니다”고 부인하는 등 양측간 설전과 몸싸움이 오갔다. 참다 못한 김 대표는“이런 태도가 무슨 민주주의냐”고 항의했고 농민ㆍ시민단체 회원들은 “국민을 배제한 채 일방적으로 FTA를 추진하는 것은 어느 나라식 민주주의냐”고 맞받아쳤다.
박석운 범국민운동본부 공동위원장은 “협정문 초안을 공개하라는 요구를 정부가 묵살했고 공청회 개최 절차도 바로 하루 전에 공개했다”면서 정부의 태도를 비판했다.
이 바람에 제조ㆍ서비스업 분야에 대해 토론하려던 공청회 오전 세션은 발표자들이 단 한명도 단상에 오르지 못하고 씁쓸하게 막을 내렸다.
한편 공청회에 앞서 배포한 업계의 입장은 협상 분야별로 찬반 양론이 극명하게 갈렸다. 제조업을 비롯한 수출 주력 분야는 FTA를 적극 찬성하는 반면 농ㆍ수산업을 포함해 제약, 노동, 환경 등 우리가 비교열위를 보이고 있는 분야는 FTA에 대해 심한 우려감을 표명했다.
김소림 한국자동차공업협회 상무는 “한ㆍ미 FTA는 자동차업계에 실보다는 득”이라며 “다만 미국의 주장대로 수입차 판매증대와 관세인하를 연계하는 방안에는 반대한다”고 말했다. 백흠길 한국섬유산업연합회 상무는 “미국은 원사단계부터 역내산 재료를 사용해야 원산지로 인정하는 ‘얀 포워드’ 기준을 제안하고 있지만 이 경우 수출증대 효과가 반감되는 만큼 전면적으로 원산지 기준을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인숙 한국제약협회 기획실장은 “수입의약품에 전적으로 의존하면 수입의약품에 대한 가격견제장치를 상실해 국민의료비가 증폭된다”고 우려했다. 마상천 전국은행연합회 부장은 “신금융시장이 개방되면 국내 금융시장에 피해가 큰 만큼 국내산업이 발전할 때까지 양허(개방)를 유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학만기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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