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정부가 테러와의 전쟁을 명분으로 국제금융전산망을 비밀리에 수시로 조회한데 대해 국제적 비판여론이 일고 있으나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이를 보도한 언론들의 폭로를 강하게 비난했다.
부시 대통령은 26일 “이러한 프로그램을 언론에 흘리고, 또 언론이 이를 보도한 것은 미국에 큰 해를 끼쳤다”면서 “이 폭로는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이라크 주둔 미군을 지원하는 단체들과의 면담을 끝낸 뒤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테러리스트들이 무슨 계획을 갖고 있는 지를 알기 위해 그들의 자금을 추적한다”면서 “신문들이 이를 폭로함으로써 테러와의 전쟁에서의 승리를 더 어렵게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의회에 이 프로그램에 대해 설명했으며 정부는 법에 의거한 정당한 권한을 갖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공화당 피터 킹 하원의원(뉴욕)은 “우리는 전쟁중이며 비밀 작전이나 수단 등을 누설하는 것은 반역에 해당한다”며 부시 대통령에게 언론들을 기소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유럽연합(EU) 집행위의 요하네스 라이텐베르거 수석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우리가 입수한 자료에 의하면 지금까지 계속된 미국의 국제금융전산망 조회가 합법적 범위에서만 이뤄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비판적 시각을 보였다. 라이텐베르거 대변인은 그러나 “금융정보를 EU 25개 회원국 밖으로 이전하는 것에 관한 EU 법규가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따라서 EU가 이에 대한 조사권한을 갖고 있지 못하며 그것은 결국 회원국 정부의 몫”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로레트 옹켈링스 벨기에 법무장관은 미국의 국제금융전산망 조회활동에 대한 조사를 지시했다고 벨기에 언론들이 전했다. 또 각종 비밀 금고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한 스위스 당국은 아무런 논평을 내놓지 않고 있으나 스위스 은행협회는 “놀랍다”는 반응을 보이는 등 당혹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미 정부는 뉴욕타임스와 월스트리트저널 등 미 주요 언론들의 보도에 대해 9ㆍ11 이후 테러 분자들의 자금을 추적하기 위해 벨기에에 본부를 둔 국제금융전산망인 ‘세계은행간금융통신협회(SWIFT)’를 수시로 조회했다고 시인했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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