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에 처음 나온 우크라이나가 승부차기에서 스위스를 꺾고 사상 첫 8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우크라이나는 27일 쾰른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독일월드컵 16강전 스위스와의 경기에서 전ㆍ후반과 연장 120분간의 혈투 끝에 0-0으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 3-0으로 이겼다. 우크라이나는 다음달 1일 오전 4시 함부르크에서 이탈리아와 4강행을 다툴 예정이다.
# 본선 4경기 무실점 무패로 16강전 탈락 진기록
G조 조별리그 3차전에서 한국을 0-2로 누르고 16강에 진출했던 스위스는 월드컵 76년 사상 처음으로 승부차기에서 한 골도 못 넣는 수모를 안고 짐을 쌌다. 스위스는 또 월드컵 본선 4경기 동안 실점을 하지 않고도 16강전에서 탈락한 기록을 남겼다.
이날 경기를 앞두고 스위스는 오전 훈련에서 페널티킥을 집중적으로 연습했다. 16강전부터는 무승부가 없고 비길 경우 승부차기로 최종 승자를 가려야 하기 때문. 스위스 선수들은 오전 훈련에서 골문 구석 구석에 볼을 집어 넣으며 페널티킥에 대한 감각과 함께 자신감을 키웠다.
스위스는 그러나 철저한 준비에도 불구하고 승부차기로 무릎을 꿇었다. 양 팀이 0-0으로 비긴 뒤 들어간 운명의 승부차기. 우크라이나의 1번 키커 안드리 셰브첸코가 어이없는 실축을 하자 스위스 벤치는 8강에 대한 기대로 한껏 부풀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스위스는 첫 번째부터 세 번째 키커까지 세 선수가 찬 공 중 두 개가 상대 골키퍼 손에 잡히고 한 개가 골대에 맞고 나오면서 고개를 떨궜다.
스위스의 마르코 슈트렐러는 첫 번째 키커로 나와 상대 골키퍼 올렉산드르 숍콥스키의 선방에 막히자 얼굴을 감싸 쥐며 풀썩 주저앉았다. 그는 “승부차기에서 한 골도 못 넣어 정말 어이가 없다”며 쓸쓸히 라커룸으로 향했다. 스위스의 야코프 쾨비 쿤 감독은 패배의 원인 중 하나로 한국전의 혈투를 꼽았다. 그는 “매우 어렵게 조별리그를 통과하고 올라왔는데 이렇게 지다니 억울하다”고 말했다.
셰브첸코의 실축으로 가슴을 졸였던 우크라이나는 잇따라 세 선수가 침착하게 상대 골 네트를 갈라 승리의 기쁨을 맛 봤다. 첫번째 승부차기를 놓치는 바람에 역적이 될 뻔했던 팀의 스트라이커 셰브첸코는 가슴을 쓸어 내렸다. 연속 3개의 슛을 막아내 새로운 ‘거미손’으로 떠오른 골키퍼 숍콥스키는 “볼의 방향을 미리 예측한 게 아니라 상대 선수가 찰 때 볼의 움직임이 보였다”고 말했다.
승부차기 때 아예 라커룸으로 들어가 버렸던 우크라이나의 올레흐 블로힌 감독은 경기 직후 “러시안 룰렛처럼 우리 팀에 운이 따랐다”면서 “이 기세라면 8강에서 이탈리아도 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일환 기자 kevi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