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컷 까치가 둥지에서 포란하는 동안, 수컷은 바깥에서 ‘보초’를 선다. 그러나 수컷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둥지를 노리는 침입자가 등장한다. 애타게 수컷을 기다리던 암컷은 결국 새끼들을 버린 채 둥지를 뜨고, 새끼들은 죽고 만다. KBS 1TV ‘환경스페셜’의 카메라에 포착된 이 장면은, 수컷의 부재가 종족 번식의 실패로 이어지는 것을 극적으로 보여준다.
‘환경스페셜’은 암컷에 비해 푸대접 받아온 수컷의 관점에서 야생동물의 생명 활동을 재조명한 ‘생명을 키우는 힘-부성(父性)’(연출 신동만)을 28일 밤 10시에 방송한다. 먹이사냥, 영역 지키기 등 수컷의 역할을 부각해 모성과 부성이 조화를 이룰 때 새 생명이 탄생하고 생태계가 유지될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되새겨본다는 기획 취지는, 자녀교육 등 가정사에서 아버지의 역할이 새삼 강조되는 인간사회 세태와 맞물리며 눈길을 끈다.
제작진은 다양한 동물들의 번식 활동에 카메라를 들이대며 지극한 부성이 아름다운 모성의 원천임을 보여준다. 황조롱이 수컷은 암컷이 포란하는 사이 암컷에게 줄 먹이를 사냥해오고, 수컷이 포란하는 동안 암컷은 먹이를 먹으며 새끼를 품을 기운을 비축한다. 산란 후 떠나는 암컷을 대신해 알을 지키는 자리돔 수컷, 알을 등에 지고 다니며 햇볕을 쪼이고 산소를 공급해 부화를 돕는 물자라 수컷 등 수중 생태계 속 수컷들의 활약도 살펴본다.
수컷이 번식을 위해 암컷을 상대로 펼치는 각양각색 구애의 몸짓도 흥미롭다. 원앙 수컷은 오렌지색 날개를 활짝 펴 암컷을 유혹하고, 매는 하늘의 제왕답게 멋진 공중곡예를 통해 구애를 한다. 마냥 순해 보이는 노루나 고라니도 짝짓기를 위해서는 목숨 건 싸움을 마다하지 않는다.
이희정 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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