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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아름다운 만남, 템플스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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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아름다운 만남, 템플스테이

입력
2006.06.28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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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3시가 되어 템플스테이 참가자들이 오기 시작했다. 부부가 온 분도 있고 아이를 데리고 온 분들, 그리고 친구와 함께 온 분들도 있다. 표정이 밝다. 마치 소풍을 온 사람들처럼 표정에 즐거움이 배어 있다.

모두 멀리서 온 사람들이다. 배낭을 메고 혹은 손짐을 들고 반갑게 인사하는 사람들. 그네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누며 나는 정말 템플스테이를 하기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그것이 기쁨을 주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정말 그들의 표정에는 기쁨이 가득 고여 있는 것만 같았다.

● 가슴으로 흐르는 물소리

먼저 나는 그네들에게 우리 절을 소개했다. 하루를 머물고 가더라도 머무는 절의 역사를 안다면 그 머뭄이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열심히 경청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템플스테이는 삶에서 의미를 찾는 아름다운 사람들의 모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이 살아가는 즐거움 가운데 하나는 아름다운 사람들과 만나는 순간이라고 했는데 그 시간이 바로 지금이 아니가 싶었다. 남해라는 먼 섬에 위치한 작은 절을 찾아오느라 지칠 법도 한데 순하게 경청하는 그들의 모습이 나는 고마웠다.

저녁 공양을 하고 예불을 마치고 차담 시간을 가졌다. 우리 절에서 제일 큰 집인 봉서루에서 계곡으로 난 창을 열어놓고 우리는 빙 둘러 앉았다.

수박과 포도 참외 그리고 쑥떡을 한 접시씩 놓고 우리는 계곡의 물소리를 경청하는 시간을 가졌다. 물소리는 우리들의 침묵 위를 즐겁게 흘러갔다. 10분쯤 지난 뒤 나는 눈을 뜨라고 했다. 그리고 소리의 감상을 물었다. 물소리가 너무 좋고 시원하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나는 다시 물었다.

가슴으로 흐르는 물소리를 듣지는 못했느냐고. 아무도 대답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들은 모두 밖으로 흐르는 물소리만 들었던 것이다. 밖으로 흐르는 물소리는 곧 사라지지만 가슴으로 흐르는 물소리는 사라지지 않고 여러분의 삶 한가운데를 언제나 맑게 흘러갈 것이라고 나는 말했다. 그들은 알 것도 같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

차담을 하면서 자기소개를 했다. 생면부지의 사람들이 모여서 자기를 소개한다는 것은 또 다른 새로운 인연의 시작을 의미한다. 만남이 아름다우면 가슴을 열고 싶어지는 것이 사람의 마음인 것만 같다. 남편을 여읜 날이 가장 슬펐고 오늘 지금 이 순간이 가장 행복하다는 이야기를 듣는 순간 우리 모두는 박수를 쳤다.

그것은 그 자리에 있는 어느 누구도 진실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는 의미이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때로 울고 때로 웃는 우리들의 자리는 밤늦도록 그칠 줄을 몰랐다. 가장 정직해지고 순해지는 시간이기에 어쩌면 밤이 짧은 것인지도 모른다.

새벽 예불을 위해 나는 그들의 얘기를 뒤로 하고 자리를 떴다. 도량을 가로지르며 나는 사람들이 얼마나 아름다운 존재인가를 다시금 떠올렸다. 그리고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는 그 말을 나는 비로소 알 것만 같았다.

성전ㆍ남해 용문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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