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식기반경제 시대에 살고 있다. 지식은 어떤 정보를 담고 있느냐에 따라 그 가격이 천차만별로 달라지는 무형의 자산이다. 선진 각국이 지식의 창출 및 활용을 위한 국가적인 혁신 메커니즘 구축에 주력하고 있는 가운데, 특허정보의 활용능력을 높이는 일이 우리 한국이 해결해야 할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대한민국 특허시장은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고 있으며 그 규모 또한 세계적 수준으로 성장했다. 대표적인 지적재산권인 특허정보의 확보 및 활용능력은 기업을 비롯한 국가의 핵심 경쟁력 요소로 대두했다.
우리나라는 기술개발과 연구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 국가 전체의 연구개발(R&D)투자가 지난해 말 기준 연간 22조원대에 이르고 있다. 또 연간 10만건 이상의 특허를 출원, 미국 일본에 이어 세계 3위의 출원 대국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이 같은 외형적인 성장에도 불구하고 정부로부터 기술정책자금을 받아 수행된 R&D 결과의 사업화율은 16%에 머물고 있고, 대학이나 정부출연연구기관 등이 보유한 공공 기술의 민간기업 이전율도 18.5%에 불과한 실정이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기술수출 8억1,618만달러, 기술도입 32억3,648만달러로 24억2,031만달러의 기술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해 기술수출 441억4,200만달러 기술도입 192억5,800만달러로 249억달러 흑자를 기록한 미국에 한참 뒤쳐진다.
지적재산권이 부를 창조하고 있는 만큼 각 나라와 기업들은 특허, 브랜드, 조직력과 같은 무형 지적재산을 경영전략 수립의 중요한 축으로 삼고 있다. 미국의 IBM은 1993년부터 11년 연속 미국 특허를 가장 많이 취득한 기업으로, 매년 2조원 이상 꾸준하게 유입되는 기술료 수입이 회사의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유지하는데 일등공신 노릇을 한다. 원래 IBM은 자사 제품 활용을 위한 연구 개발만 했지만, 93년 루이스 거스너가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한 후 핵심기술과 1등급 기술은 자신들이 사업화하고 주변기술은 다른 기업에 이전해 로열티를 챙기고 있다.
연간 매출액이 80조원을 넘는 일본의 거함 히타치그룹은 지적재산권 전략을 총괄 지휘하는 지적재산권본부가 설치돼 있다. 히타치그룹은 연구초기단계부터 발명에 대해 특허화를 유도하고 포트폴리오로 강인한 특허망을 구축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미국 우량기업인 질레트는 100년전 특허까지도 조사해 기술개발 방향을 찾아나가는 것으로 유명하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는 2002년 침체된 일본경제를 부흥시키기 위해 ‘지적재산입국’을 선언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지적재산기본법’을 제정하고 2005년까지 지적재산에 관한 법률적 경제적 사회적 기반을 정비해 미국에 버금가는 지적재산강국을 만든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일본에서는 대학들의 TLO(Technology Licensing Organizationㆍ기술이전기관)설치가 크게 늘었다. 학생들의 창업을 직접 도와주기보다는 기술을 거래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도쿄대 TLO에서는 도쿄대 학생들이 실험실에서 개발한 기술을 기업에 알선ㆍ중개하는 업무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적재산권에 대한 기업들의 전략이 얼마나 부족한지 엠피맨닷컴의 사례가 여실히 보여준다. 엠피맨닷컴이 소송한 기업들과 체결한 합의서에는 ‘10여 개의 특허권 청구항 가운데 한 개라도 무효가 되면 로열티를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조항이 들어가 있었다. 엠피맨닷컴의 MP3기술과 관련된 특허는 13개항 가운데 12개항이, 주변기술과 관련된 특허는 절반 정도만 특허청에 받아들여졌다. 합의서대로라면 이들 기업에 대해서는 로열티 지급을 요구할 수 없게 된 셈이다.
허재관 대한변리사회 사무총장은 “물샐 틈 없는 특허보호막을 만들어 놓아도 조그만 틈새만 있으면 치고 들어오는 것이 후발 기업들의 생리”라며 “앞으로 정부와 기업은 지적재산권과 기술활용에 대한 전략을 체계적으로 세워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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