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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2006/ 지구촌 잔치 무색한 네덜란드-포르투갈 난투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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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2006/ 지구촌 잔치 무색한 네덜란드-포르투갈 난투극

입력
2006.06.27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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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세 이하 시청금지. 이유는 지나치게 폭력적 장면이 많기 때문.’

26일 벌어진 포르투갈과 네덜란드의 2006 독일월드컵 16강전은 이런 딱지가 붙어야 할 경기였다. 이날 경기는 76년 월드컵사(史)에서 가장 거친 경기로 기록될 전망이다. 양팀에서 각각 2명씩 4명이 퇴장을 당했고, 도합 16장의 옐로카드가 남발됐다. 거칠기로 악명 높은 남미축구에서 잔뼈가 굵은 루이스 펠리프 스콜라리 감독마저도 “축구가 아니라 전쟁 같았다”고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 1분마다 휘슬 경기흐름 뚝… FIFA회장 "주심이 경고감", 월드컵 사상 최악 꼽힐듯

두 팀의 혈전은 어느 정도 예상된 것이었다. 네덜란드는 1991년 이후 포르투갈을 상대로 한 국제경기에서 단 한번도 승리한 적이 없었고, 명예 회복을 위해서라도 총력전에 나서야 했다. 포르투갈 역시 40년 만에 월드컵 16강에 진출했고, 내친 김에 8강, 4강까지 가기 위해서는 네덜란드는 반드시 꺾고 가야 할 상대였다.

비난은 먼저 발렌틴 이바노프 주심에게 쏟아졌다. 마르코 판 바스턴 네덜란드 감독은 “이렇게 중요한 경기에 그런 심판이 주심을 맡은 것은 참으로 유감스럽다”면서 “거의 1분마다 한번씩 휘슬을 불러내는 통에 제대로 된 플레이를 할 수 없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제프 블래터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 역시 “주심이 선수들의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면서 “선수들보다는 주심이 옐로카드를 받아야 할 상황이었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이들이 돌을 던질 자격이 되는지 의문이다. AP통신은 경기 직후 “스파이크가 허벅지로 날아들고, 박치기와 어깨 반칙이 난무하는 경기였다”고 평가했다. 전반 23분 포르투갈 마시니가 절묘한 타이밍으로 첫 골을 터뜨릴 때만 해도 명승부가 예견됐다. 하지만 전반 34분 포르투갈 공격의 핵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네덜란드 수비수 칼리트 불라루즈의 스파이크에 허벅지를 찍혀 그라운드를 떠나면서 경기는 걷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갔다.

이어 전반 46분에는 포르투갈 미드필더 코스티냐가 네덜란드의 패스를 손으로 막는 비신사적인 반칙으로 퇴장 당했고, 이에 질세라 네덜란드 불라루즈는 후반 18분 루이스 피구를 팔꿈치로 가격 했다. 이번엔 포르투갈 차례. 포르투갈의 데쿠는 후반 33분 공을 들고 시간을 지연하다 2번째 옐로카드를 받고 퇴장당했고, 네덜란드 수비수 판 브롱크호르스트는 경기 막판 고의적인 파울로 이에 복수했다.

승부는 포르투갈의 1-0 승리. 스콜라리 감독은 이 경기로 월드컵 11연승 기록을 달성함과 동시에 포르투갈을 8강에 안착시켰다. 하지만 데쿠와 코스티냐가 경고누적으로 잉글랜드와의 8강전에서 뛸 수 없는데다, 호날두마저 부상으로 출전이 불투명해 ‘상처뿐인 영광’이 될 가능성이 높다. FIFA역시 16강전이 채 끝나지도 않은 상황에서 월드컵 사상 가장 많은 23개의 레드카드를 남발, ‘모두 친구가 되는 시간’이라는 슬로건을 스스로 무색케 했다.

신재연 기자 poet33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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