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티모르 소요사태가 3개월 만에 마리 알카티리 총리의 사임발표로 진정국면에 들어갔다.
집권 프레틸린당의 알카티리 총리는 26일 이번 사태의 정치적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국민 신망이 두텁고 공화국의 유능한 대통령인 구스마오의 사임을 막기 위해 물러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알카티리 총리의 사임 발표는 정치권과 종교계 등 각계의 거센 사퇴 압력 이후 나온 것이다. 다만 구체적인 사퇴시기와 후임 총리 선임이 불씨로 남아 있다. 동티모르에선 총리가 정치적 수반이다. 총리가 속해 있는 프레틸린당은 의회 의석 88석 중 55석을 차지하고 있다.
3월 해직군인 600여명의 유혈폭동으로 시작된 소요사태로 지금까지 30여명이 숨지고 15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알카티리 총리는 당시 군인들의 강제 퇴역을 결정해 사태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정치위기가 갈수록 심해지자 독립운동가 출신의 무소속 사나나 구스마오 대통령은 22일 총리가 물러나지 않으면 자신이 사직하겠다며 압박했다. 1996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 호세 라모르 호르타 외무장관과 알베르토 리카르토 다 살바 주교 등도 총리 사퇴압력에 가세했다. 수도 딜리에는 연일 시민 수천명이 모여 시위를 벌였다.
그러나 알카티리 총리는 “사퇴는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 뿐”이라며 요구를 거부해왔다. 25일엔 집권 프레틸린당이 총리 유임을 지지, 알카티리를 재신임했다. 이런 알카티리 총리가 갑자기 사임을 결심한 배경에 대해 일부에선 반군과의 무기밀매 사건을 거론하고 있다. 5일전 호주 언론은 알카티리 총리가 민간인에게 무기를 주고 정적 암살을 지시한 전 내무장관 사건에 연루된 의혹을 폭로했다.
알카티리 총리는 모잠비크에서 24년간 망명생활을 한 독립운동가 출신이다. 총리시절 그는 티모르해 유전지대를 놓고 갈등 중인 호주와의 협상을 능숙하게 진행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가 “이번 사태가 외세에 의한 쿠데타 시도”라고 비난한 것은 이런 배경 때문이다. 호주군 2,000여명은 평화유지군의 이름으로 현재 동티모르에 파견돼 있다. 알카티리는 개인적으론 냉혹하고 거만하다는 부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이태규 기자 tg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