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월드컵 2006/ "거리 응원, 더 넓고 깊은 문화행사로 승화를"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월드컵 2006/ "거리 응원, 더 넓고 깊은 문화행사로 승화를"

입력
2006.06.26 11:31
0 0

비록 16강 문턱서 좌절했지만 전국은 11일 동안 한데 어울려 춤을 추었다. 광장은 정치적 구호가 쏟아지는 집회의 장소가 아니라 누구나 웃고 즐기는 열린 축제의 공간이었다. 미국의 로스엔젤레스 타임스가 23일 “월드컵 응원에 있어서는 한국이 우승감”이라고 보도할 정도로 길거리 응원은 세계적인 문화 상품이 되었다. 그러나 산이 높으면 골이 깊듯 여러 문제도 있었다.

여러 예술 축제를 기획한 임진택 가야세계문화축전 집행위원장, 문화연대 체육문화위원장인 정희준 동아대 교수, 서울광장 응원을 조율했던 SK텔레콤 월드컵 거리응원팀 정어진씨가 짚어본 월드텁 응원의 성과와 문제점을 지상대담으로 엮었다.

참여는 늘었으나 소통은 줄었다

▦임진택 위원장=이번 월드컵 응원은 세대별 지역별로 상당히 확장되었다. 2002년 거리응원은 인터넷을 잘하는 젊은 세대끼리 소통하고 운집하는 젊은이들의 브랜드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전국민적인 관심과 참여 속에 이루어졌다.

▦정희준 교수=응원문화가 방송사의 쇼 프로그램으로 전락한 것 아닌가. 세대간 벽이 생기고, ‘엘프녀’ ‘시청녀’가 화제에 오를 정도로 여성들도 볼거리로 전락했다. 2002년에는 참여자의 자율성, 자발성이 있었고 소통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무대 위 공연자와 관객의 관계만 존재했다.

▦정어진 씨=2002년 거리응원이 상대적으로 더 자발적이었던 것은 사실이다. 이번엔 준비 기간이 길었고, 응원의 ‘학습효과’도 있었다. 하지만 그것을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 국민들이 즐기기 위한 몸과 마음의 준비가 돼있었던 셈이다.

새벽 응원, 힘의 원천은

▦임 위원장=고대의 재천의식 때는 사흘 밤낮을 놀았다고 한다. 월드컵은 재천의식은 아니지만, 인간의 영성(靈性)이 도달하는 새벽은 축제분위기를 돋우기에 더할 나위 없었다.

▦정 교수=그저 방송의 위력이라고 생각한다. 올해 초부터 월드컵 관련방송이 심하다 싶게 많았다. ‘어디로 모이세요’ ‘누가 나옵니다’ 이런 방송사의 호객행위 때문에 등 떠밀려 나간 사람들이 많았다.

▦정 씨=대표팀 승리에 대한 바람이 크게 작용했다. 진정한 축제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사람들이 함께 뭉칠 수 있는, 열린 장이 마련되었다는 것도 큰 힘이었다.

상업화 문제 있다, 없다?

▦임 위원장=사람들의 잠재해있던 공동체 의식, 생명의식, 삶의 열정 등 긍정적인 가치들이 발현된 것이 더 의미가 있다. 상업적 의도가 있었다 해도 사람들은 거기에 말려들지 않았다.

▦정 교수=방송사와 자본이 하나가 되어 시민들을 줄지어 앉히는 것은 우리나라 밖에 없다. 제대로 된 축제가 생기자 마자 미디어와 자본이 덥석 물어간 느낌이다.

▦정 씨=사회공헌의 입장에서 주관사가 되어 행사를 준비했다. 여러 기업이 경쟁적으로 월드컵 마케팅에 끼어 들어 상업화 논란이 불거진 것 같아 억울한 면도 있다.

안티 월드컵 옳다, 그르다?

▦임 위원장= ‘민족주의에 호소한다’ ‘전체주의적이다’는 안티 월드컵 진영의 비판을 이해 못하겠다. 누가 시민들을 강제로 동원한적이 있는가. 획일성과 연관시키는 것은 지나치게 자의적이다.

▦정 교수=우한 역사 때문에 우리는 민족주의에 관대하다. 그러나 유럽 사람들은 섬뜩해 할 것이다. 월드컵 때문에 사회 이슈가 사라진 것도 문제다. 방송이 의제설정 역할을 제대로 해야 했다.

▦정 씨=TV 등서 과도하게 민족주의에 호소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그러나 월드컵 자체가 상업적인 것이다. 지나치게 순수함을 요구하는 안티 월드컵의 주장은 어불성설이다.

이 점은 꼭 고치자

▦임 위원장=새벽까지 기다리기 위해 벌어진 행사가 지나치게 승부에 집중되어 아쉽다. 좀 더 넓고 깊은 차원의 문화행사로 승화되어야 한다. 언론의 과잉보도도 고쳐져야 한다.

▦정 교수=축구를 도구화하려는 사람들이 사라져야 한다. MBC는 스위전 직후 (자막으로)‘축구는 오늘… 죽었다’고 했는데, 그들의 월드컵 특수가 죽었을 뿐이다. 서커스는 가고 스포츠만 남아야 한다.

▦정 씨=경기를 거듭할수록 개선되었으나 쓰레기, 교통혼잡 등 아쉬운 부분이 많았다. 2010년에는 더욱 진화된 응원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믿는다.

정리=라제기기자 wenders@hk.co.kr신재연기자 poet333@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