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이란의 외교전략을 흉내내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24일 북한이 최근 장거리 탄도 미사일을 발사하겠다고 위협한 것은 서방과의 갈등을 고조시키면서 핵연료 생산카드로 미국의 양보를 얻어낸 이란의 핵전략을 모방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북한이 미국 본토까지 강타할 수 있는 미사일 시험 발사 시위를 벌임으로써 세계의 주요 신문의 1면 머릿기사를 장식하는데 성공했다”며 “불과 몇 달 전 핵 프로그램 개발 논란 때문에 이란으로만 관심이 집중돼 있던 상황과는 사뭇 달라졌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연기한 것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자신의 옵션을 재검토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을 낳고 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북한은 1998년 일본 상공에 미사일을 시험 발사, 당시 빌 클린턴 미 행정부로부터 협상을 이끌어냈고, 미국의 대북 제재 완화조치도 얻어내는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부시 행정부 관리들과 아시아 지역 외교관들은 북한이 이번에는 클린턴 행정부 당시와 같은 양보를 끌어 내기는 힘들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클린턴 행정부 시절 국가안보회의(NSC) 비확산 국장이었던 개리 새모어는 “북한은 지금 매우 계산된 행동을 하고 있다”며 “북한은 지난달 이란에 대한 미국의 핵 해법 제안을 미국이 약해졌다는 증거로 받아들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북한이 이란 전략을 흉내내도 효과가 별로 없을 것”이라며 “북한은 우리는 또다시 오도하려고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미사일 시험 발사 논란은 북한이 1998년 첫 미사일 위기 국면과 이란이 강공책을 통해 서방으로부터 양보를 끌어낸 선례 등을 감안, 대포동 2호 미사일 시험발사 위협으로 미국측 양보를 이끌어내기 위한 의도라는 분석인 셈이다.
앞서 23일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는 반대로 이란이 북한을 모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핵 개발 야심을 가진 이란이 장거리 미사일 발사 카드를 꺼내 국제사회 이목을 집중시킨 북한을 흉내내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 신문은 이란과 북한이 미국에 의해 ‘불량국가’로 분류된 처지가 같고 궁극적으로 미국과의 1대1 협상이라는 공통 목표를 지니고 있는 점에 주목했다. 때문에 미국과의 팽팽한 줄다리기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기 위한 마흐무드 아흐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이 자신보다 경험 많고 노련한 김 위원장의 ‘수법’을 연구하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신문은 북한의 미사일 위협이 성공할지 여부는 알 수 없지만 이란이 ‘북한 따라잡기’를 통해 한수 배울 것으로 분석했다.
권대익 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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