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수도권이 들끓고 있다. 대수도론 때문이다. 김문수 경기지사 당선자가 제안한 대수도론은 교통, 환경, 복지 분야에서 수도권이 통합된 정책을 추진, 국가경쟁력을 높이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자는 것이다. 하지만 비수도권 지역은 수도권 규제를 완화함으로써 지방기업까지 수도권으로 옮겨가게 돼 결국은 지방을 고사시킬 것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대결을 초래하며 또 다른 분열의 씨앗이 되고 있는 대수도론에 대해 양측 입장을 짚어보았다.
■ 대수도론
서울과 경기, 인천 등 수도권이 동북아시아의 중심이 되기 위해서는 공기와 물, 공원, 녹지, 대중교통, 도로, 복지 등 각 분야의 정책을 통합해 중국 상하이(上海)와 일본 도쿄(東京) 등과 맞서는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것으로 김문수 경기도지사 당선자가 주창했다. 이를 위해 수도권 시ㆍ도는 수도권 발전을 가로막는 수도권정비계획법 등 불합리한 법과 규제를 철폐하겠다고 주장.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수도권 집중을 견제해 온 비수도권의 반발을 사고 있다.
■ 수도권 입장
“대수도론은 시민들이 편리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칸막이 행정을 없애자는 것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김문수 경기지사 당선자는 대수도론에 대해 지방의 반발이 확산하고 있는 데 대해 자신의 취지를 오해한 결과라며 안타까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대수도론은 서울 인천 경기가 유기적으로 연계해 각종 행정을 시민편에서 해결하자는 것이지 지방에서 생각하는 것처럼 수도권만 잘살겠다는 이기주의적 발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규제 완화는 연천군처럼 DMZ의 피해를 입고 있는 지역을 염두에 둔 것이며, 기업 유치도 전체 국민을 다 잘 살게 하자는 취지라고 주장하고 있다.
김 당선자의 대수도론은 갑자기 나온 것이 아니다. 김 당선자는 행정도시 이전이 추진될 때 이에 대해 모호한 태도를 보이던 당론에 정면으로 반박하기도 했다. 김 당선자는 당시 “분산이 평등을 갖고 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초대형 도시가 더 큰 이익을 발생시킨다”며 반대이유를 밝혔다. 김 당선자의 대수도론은 이 같은 신념의 연장선인 셈이다.
김 당선자는 지방이 우려하는 외국기업 집중에 대해서도 명쾌하게 해명하고 있다. 외국 기업들은 시장성이 뛰어나고 편리한 수도권에 진입하지 못할 경우 지방으로 내려가는 것이 아니라 중국 베트남 등지로 옮겨간다는 것이다. 수도권 규제가 풀리면 투자하겠다는 기업의 대기수요가 40조원에 이른다는 조사가 있으며 이런 기업을 유치하면 그 이익은 수도권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국가 전체가 향유하게 된다는 주장이다. 그것이 진정한 국가 균형발전이라는 시각이다.
수도권이 모든 것을 빨아들일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도 김 당선자는 반박하고 있다. 서울 인천이 집중되긴 했지만 아직도 낙후한 지역이 적지않다는 것이다.
김 당선자는 “중첩규제를 해소해 낙후한 곳을 잘 살게 하겠다는 뜻이 이런 오해를 불러일으켰다”면서 “지방 당선자들과 토론회라도 갖고 싶은 심정”이라고 호소했다.
김 당선자는 대수도론의 정당성을 알리면서 이를 차근차근 진행시킬 계획이다. 서울 경기 인천의 수도권 행정협의회 구성을 결정한 데 이어 7월중 3개 단체장이 모여 협력을 다짐할 예정이다. 또 대수도론을 한나라당 당론으로 공식 논의 하겠다는 의중도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지방의 반발이 거세고 당내에서도 경계의 목소리가 나오면서 벽에 부딪혔다. 실제로 한나라당이 지방의 반발을 무릅쓰고 당론으로 밀어붙일 수 있을지 의문이다. 또 현실의 벽도 만만찮다. 대수도론이 현실화하려면 상수원, 그린벨트, 공장설립에 관한 법, 수도권정비계획법 등 각종 규제법을 대폭 손질해야 하기 때문이다.
■ 非수도권 반발
수도권 광역단체장의 ‘대수도론’에 대해 비수도권 지역은 경악하고 있다. 대수도론은 한마디로 국가경쟁력을 빌미로 수도권만 잘 살고 지방은 다 죽으라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인식이다.
대수도론을 반대하는 논리의 핵심은 현재 수도권에 인구의 절반이 몰려있고, 국내 총생산의 절반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공장 신ㆍ증축 규제마저 철회된다면 행정도시 건설, 공공기관 지방이전 등 국토균형발전을 위한 노력조차 허사가 된다는 것이다.
수도권 규제로 인해 상대적으로 이득을 누려온 강원과 충북은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우려하고, 대전ㆍ충남은 행정중심복합도시가 무산될지도 모른다며 불안해 하고 있다. 또 대구ㆍ경북과 부산ㆍ경남도 첨단산업의 수도권 이전이 가속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범일 대구시장, 김관용 경북지사 당선자는 “‘대수도론’은 지방자치의 근간을 흔드는 중대한 오류로 강력하게 대응하겠다”며 “한나라당에 대해 이 문제에 대한 명확한 입장정리를 촉구해 비수도권이 불이익을 당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대구상공회의소는 최근 논평을 통해 “사람뿐 아니라 기업이나 돈이 모두 서울로 몰려드는 상황에서 수도권규제완화 논의는 지방을 피폐하게 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부산 경남 울산 등 영남권 상공회의소와 공조체제를 갖춰 조직적인 대응에 나설 것임을 천명했다.
지역정치권과 관가에서는 대수도론 반대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으나 한나라당내에서는 미묘한 입장차이가 감지되고 있다.
박종근(대구 달서갑) 한나라당 대구시당 위원장은 “대수도론을 무조건 반대할 것이 아니라 민간투자가 수도권이 아니면 외국으로 빠져나갈 수도 있어 규제완화를 일부 허용해야 한다”며 주장했다.
여당인 이강철 대통령 정무특보는 “대수도론은 정부의 지방 살리기 정책에 대한 수도권의 저항”이라며 “지방분권과 국가균형발전을 지지하는 지역 각 단체 및 지역민들과 연대해 국가균형정책과 지방정책을 지켜내겠다”고 강조했다.
한나라당 김성조(구미 갑) 의원도 “대수도론은 수도권 규제완화를 통한 수도권공화국을 건설하겠다는 발상으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이 대수도론을 들고 나온 것은 차기 대선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은 영남표를 확고한 지지층으로 보고, 상대적으로 약세였던 수도권의 민심을 얻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맹목적인 한나라당 지지의 결과가 어떤 식으로 돌아오는지 분명히 인식하고 표로 차후 선거에서 심판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범구 기자 goguma@hk.co.kr대구=정광진기자 kjcheong@hk.co.kr
■ 김문수 경기지사 당선자 "소득격차 문제는 제도개선 통해야"
-대수도론은 행정구역 통합까지 의미하는 건가.
“유기적으로 협조하자는 것이다. 그것만 해도 쉽지 않을 것이다.”
-수도권정비계획법 등 규제법 완화 움직임에 대해 벌써 조직적인 반대운동이 펼쳐지고 있다.
“오해의 결과다. 규제를 풀자는 것은 억울한 피해를 보고 있는 곳을 돕자는 것이다. 접경지역이나 팔당지역은 일방적인 피해만 보고 있다.”
- 대수도론이 지방의 공감을 얻을 수 있다고 보는가.
“서울을 부유하게 한다는 뜻이 아니라 부당한 규제로 낙후한 곳을 잘 살게 하겠다는 의미다.”
-대수도론 중 특히 기업유치방침에 대해 지방이 반발하고 있다.
“유명한 레고랜드가 경기 이천에 들어오려다 강원도의 반발로 독일로 갔다. 즉 지방으로 이전하느니 차라리 다른 나라를 선호하겠다는 것으로 보면 된다. ”
-수도권이 잘 산다고 지방까지 잘 살 수 있는가.
“소득격차 해소 등은 제도 개선을 통해 개선해야 할 문제다. 예를 들어 수도권에 세금을 더 매겨 지방을 돕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범구기자
■ 김관용 경북지사 당선자 "지방 경쟁력부터 살리고 생각해야"
-대수도론은 왜 문제가 되나.
“국가균형발전과 분권, 자원의 효율적배분이라는 원칙에 배치된다. 지방이 다 죽고 나서 국가경쟁력이 무슨 의미가 있나.”
-수도권 규제로 외자유치 차질과 국가경쟁력 저하가 우려된다는데.
“수도권과 지방은 대학생과 초등생이 100㎙ 달리기를 하는 것과 같다. 지방 이 어느정도 키워주고 나서 풀 것은 풀라는 것이다.”
-대수도론과 수도권규제폐지를 강행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동서간 지역갈등이나 보혁간 이념갈등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 올 수 있다. 각계여론을 수렴해 강력 대응하겠다.”
-한나라당 소속 단체장으로 한계가 있을 것 같은데.
“10여년간 도민의 삶과 직결된 생활정치를 해 왔기 때문에 소속 정당이 장애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 ”
-기업하기 좋은 환경 만들기를 위해 그간 지방이 소홀했다는 지적도 있는데.
“대구ㆍ경북도 변해야 한다. 산업평화정착과 정주여건 개선에 보다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다. 지방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절실하다.”
대구=정광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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