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철 아저씨 안녕하세요.
저는 서울 영등포에 사는 씩씩한 다섯 살 남자 김승민입니다. 아빠는 동네 조기축구회에서 수비수로 뛰며 ‘영등포 최진철’로 불리고, 엄마는 밤새 월드컵 보느라 빨개진 눈으로 매일 아침 저를 유치원에 데려다 주시는, 우리집은 정말 ‘축구를 사랑하는 가족’입니다.
지난 토요일 새벽에 열린 스위스전에서 아저씨의 모습을 보고 눈물이 핑 돌았어요. “사내가 자꾸 울면 고추 떨어진다”는 할머니 말씀이 생각나 울음을 참았지만, 아저씨게 감사 드리고 싶어 이렇게 아빠에게 편지를 대신 써달라고 졸랐어요.
이마는 괜찮으세요. 졸린 눈 비비고 일어나 엄마 아빠랑 빨간 옷 입고 열심히 응원했는데 우리가 져 얼마나 마음 아팠는지 몰라요. 골 넣고 좋아하는 스위스 선수들이 얄미웠고, 경기 끝나고 잔디에 주저앉아 엉엉 우는 우리 선수들이 불쌍했어요.
그 날 아저씨는 정말 멋졌어요. 이마를 다쳐 피가 흐르는데도 붕대만 붙이고 끝까지 열심히 뛰었잖아요. 나중에 아빠께 들었어요. 주치의가 아저씨의 이마를 얼른 꿰맨 뒤 경기장으로 돌려보내려고 했는데 아저씨가 눈물을 너무 많이 흘려 수술에 애를 먹었다면서요. 전 아저씨가 그냥 아파서 운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서른 다섯 살이란 아저씨 나이를 알고서 놀랐어요. 서른 세 살인 아빠는 잠깐만 운동장에서 뛰고 와도 피곤하다며 소파에 드러눕는데, 아저씨는 3경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 뛰고도 힘들다는 말 한 번 없잖아요. 게다가 아저씨는 에마뉘엘 아데바요르(토고), 티에리 앙리(프랑스), 알렉산더 프라이(스위스) 같이 각 팀 최고의 공격수를 끝까지 따라다니며 꽁꽁 묶어 놓았잖아요.
아저씨에게는 이번 월드컵이 마지막이라면서요? 아저씨는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홍명보 아저씨와 함께 한국이 4강에 올라가는데 큰 몫을 했고, 대표팀을 은퇴했다가 아드보카트 감독님의 간곡한 부탁으로 다시 태극 마크를 단 것도 잘 알고 있어요.
스위스전이 끝나고 기자들이 부상에 대해 묻자 아저씨는 그냥 “괜찮다”고만 하셨죠. 지난 1일 노르웨이와 평가전에서 스파이크에 허벅지를 맞아 피멍이 들고, 토고와의 경기에서 태클을 너무 많이 해 허벅지 살이 찢겨지고 피가 고여도 아저씨는 그 말만 하셨잖아요. 그런 아저씨가 믿음직스럽고 자랑스러워요.
‘짝짝짝짝’ 들리세요. 아저씨와 선수들에게 다시 한번 보내는 저의 박수 소리에요. 16강 못 간 거요? 괜찮아요.
서울 영등포 어깨동무유치원 새나반 김승민 올림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